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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역주행..작년과 정반대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베이스턴스 부도위기 등 신용경색이 갈수록 심화되자 현금보유 및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달러화 가치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은 현금을 확보하려는 매도세 속에 큰폭으로 떨어졌다. 또 미 국채의 단기물의 인기가 급증, 금융불안이 심화되고 있음을 드러냈다.아울러 아시아 증시에서도 현금비중을 늘리려는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

■현금보유 선호로 국제유가 등 상품값 급락

국제유가가 17년 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국제 원유가와 곡물가 등 국제 상품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안전자산인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은 배럴당 105.6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111.8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일 대비 4.53달러(4.1%) 급락했다. 이는 17년 사이 최대 하락폭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가격제한폭인 5%나 떨어져 부셸당 11.315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옥수수·콩 등의 곡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구리 5월물 가격은 3.7% 하락한 파운드당 3.685달러를, 커피 가격도 16.2% 떨어진 파운드당 1.36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NYMEX에서 거래된 4월물 금가격은 지난 주말보다 온스당 0.3% 오른 1002.60달러에 마감됐다.

26개 상품가격으로 이뤄진 UBS블룸버그 상품지수는 4.4% 하락한 1441.988을 기록했다. 하락폭은 지난 1997년 10월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이다.

MF글로벌의 존 킬더프 부사장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투자자들을 현금이나 현금대체 수단을 확보하면서 유가를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지는 칼럼을 통해 중국 및 유럽지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원자재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5년 동안 중국의 원자재 수요증가로 세계 원자재 수요의 50∼100%가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과열로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에 들어갔고 올해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경우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FT는 국제유가는 30% 정도 하락하고 공업용 철강은 20∼30%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채 단기물 인기급증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안전한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미 국채 단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미 국채 3개월짜리 초단기물의 수익률은 한때 0.652%로 지난 1958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후 16베이스포인트 빠진 1%를 기록했다. 또 2년짜리 국채도 수익률이 이날 한때 1.24%로 지난 2003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후 13베이스포인트 낮아진 1.35%를 기록했다.

모건 스탠리의 금리전문 애널리스트 제이슨 시티파노프는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간의 스프레드가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많이 벌어진 198베이스포인트였다"면서 "현 추세로 미뤄 이것이 250∼275베이스포인트로 확대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채 2년물과 5년물 간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안전한 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시티파노프는 미국채 장단기물 간 스프레드가 지난 2001년의 9·11 테러 때도 크게 벌어졌음을 상기시키면서 현재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시아 펀드,주식 팔고 현금 비중 높여

아시아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팔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자본시장의 소동 속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가장 큰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찰스 췐 대만 JF 에셋 매니지먼트 펀드 매니저는 현금자산 비중을 15%로 높여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필리핀 은행의 자산 관리팀은 20%의 현금자산을 갖고 있고 신한 BNP파리바 투신운용 역시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월드 지수는 올해 12%나 떨어졌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손상각 손실액은 1900억달러에 달했다.

타이베이에서 37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JF 에셋의 첸 펀드매니저는 "현재 현금이 왕이고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이라면서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해 우리는 현금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55억달러의 자금을 감독하는 필리핀 마닐라 소재 BPI 에셋 매니지먼트의 패트릭 마나로토는 "오늘은 매우 잔혹한 날"이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긍정적인 발걸음을 디뎠으나 현재 투자자를 지배하는 우려는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