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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747’공약 실현하려면] ⑨ M&A로 글로벌 기업 키우자



두산그룹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과 미 잉거솔랜드사 허버트 헨켈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밥캣 건설중장비, 어태치먼트, 유틸리티 등 3개 사업부문을 49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이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추진한 기업 인수합병(M&A) 중 사상 최대 규모여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두산인프라코어는 세계1위의 컴팩트 건설중장비 사업을 인수해 단번에 건설 중장비 부문에서 글로벌 7위권 기업으로 도약했다.

STX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럽 최대 조선사 아커야즈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주력사업 분야인 조선사업을 키우고 대형 선주사들이 많은 유럽 조선시장 공략 등을 겨냥한 성장전략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고 덩치를 키우는 M&A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미미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또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력과 사업성이 뛰어난 해외기업의 M&A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M&A 시장 활기

지난해 일본기업들은 도시바가 미웨스팅하우스의 원전부문을 인수했다. 닛폰판유리는 영국의 필킹턴을 인수했다. 중국기업들은 차이나 일렉트로닉스가 네델란드 필립스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고 블루스타그룹이 프랑스 로디아의 실리콘 사업부를 인수했다. 인도기업들은 미탈스틸이 아르셀로를 인수하고 타타그룹이 글락소 지분 30%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M&A에 박차를 가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M&A는 기업들의 단순 재무적 투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상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전세계 M&A 현황을 보면 무려 3조712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미국은 1조8080억달러로 전체의 48.7%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도 1517억달러로 4.1%를 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364억달러로 1.0%에 그치고 있다.

또 M&A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의 경우 2006년 GDP의 13.7%, 영국도 6.9%다. 전체 M&A 중에서 해외 M&A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미국은 25%, 영국 65%, 일본은 34%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밝힌 보고서에서도 지난 97년부터 2007년 8월 현재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34만건의 M&A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규모에 비해 해외 M&A 저조

97년부터 2007년 8월까지 10년간 우리 기업의 해외기업 M&A 순위도 우리나라는 211개국 가운데 거래건수로 38위, 거래액 기준으로 36위에 그쳤다.

국내 기업간 M&A도 거래건수 기준으로 세계 31위, 금액기준으로 17위를 차지해 경제규모에 비해 미흡한 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2005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해외기업 M&A 실적은 4억51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1475억달러)의 0.3%에 불과하다. 일본(81억3100만달러)과 중국(52억7900만달러)에 비해서도 각각 5.5%와 8.5%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의 글로벌 M&A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 상의 관계자는 “M&A를 ‘문어발식 확장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 ‘외국기업 대형 M&A에 필요한 소요자금 동원능력의 한계’, ‘기업의 정보부족과 모험투자 기피 등의 요인’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한상의가 코스피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기업 M&A에 대한 필요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57.1%에 달했다.

■경험 쌓고 제도적 뒷받침 필요

전문가들은 해외기업 M&A는 상대기업의 핵심기술이나 역량을 흡수해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거나 진출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기업을 인수함에 따라 달러수요가 늘어 환율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부동산 등 비생산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는 시중부동자금을 기업부문에 공급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상의 이경상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들어 미국·일본 등의 선진국은 물론 중국·인도 등 후발 신흥국가들도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글로벌 시장 선점경쟁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이 같은 조류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후발국가들과의 기술격차가 더욱 좁혀지는 등 한국경제의 샌드위치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해외기업의 M&A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기업 M&A 기회를 활용해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 “자금조달 방안으로서 은행자금 활용, 사모펀드 육성 등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cha1046@fnnews.com차석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