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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붕괴 12단계 시나리오 현실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8 22:43

수정 2014.11.07 10:30

미국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알려진 한 경제학자가 1년 반 전 작성한 미국 경제 붕괴의 12단계 시나리오가 최근의 상황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주인공은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로 지난 2006년 7월 처음으로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해 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던졌다. 그가 예상한 ‘경기 침체가 금융 손실을 입히고 확대된 금융손실이 다시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론’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그의 시나리오가 지금 어느 단계에까지 와 있는 지 더욱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비관론자가 예상한 미국 붕괴 시나리오는?

1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의 예상 시나리오는 총 12단계로 이뤄져 있다. 우선 1단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주택시장 침체로 시작돼 2단계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 확대, 3단계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등 소비자신용 부실, 4단계 AAA 등급 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 하향, 5단계 상업용 부동산시장 붕괴, 6단계 대형 지역 또는 전국적인 은행 파산 등으로 이어진다는 추론이다.

뒤를 이어 7단계는 무모한 차입매수(LBO)로 인한 큰 손실, 8단계 기업의 연쇄부도 및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손실, 9단계 그림자 금융시스템(shadow financial system) 붕괴, 10단계 주가의 급락이 마진콜과 공매도 등으로 연결, 11단계 지불능력 우려 고조로 금융시장 유동성 고갈, 마지막 12단계에서는 손실, 자본잠식, 신용수축, 강제청산, 가격 이하로의 자산 헐값 매각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의 상황은 4단계까지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5단계와 8단계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10단계인 마진콜 및 공매도에 따른 주가의 추가 급락은 최근 손버그, 칼라일캐피털 등의 사태로 투자자들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진행됐다.


특히 기존 주택가격의 고점 대비 12.6% 하락, 골드만삭스 4000억달러 손실 추정, 중소형 채권보증업체 신용등급 강등, 헤지펀드의 유동성 창출 어려움 등은 루비니 교수의 시나리오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고 삼성증권은 지적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루비니 교수가 말한 12단계가 지금 그대로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10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유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 11∼12단계는 사태가 본격적으로 비화됐다기보다 이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10단계까지는 유사한 징후 나타나

황 연구원은 “최근 미국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어느 회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말만 나와도 그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실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긴급 자금수혈이나 금리 인하 같은 형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향후 모기지 담보증권 매입 및 직접적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유동성 위기가 6분기 동안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붕괴에 다다를 것으로 주장한 만큼 연준이 조기에 강도높은 정책을 구사하거나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동참 등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고 삼성증권은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과거 1989년 저축대부조합 당시 공적자금 투입이 너무 늦었던 점, 1978년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기준금리를 19%까지 올렸던 과오를 연준이 다시 밟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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