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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섭 기자의 ‘병실체험 24시’] <3>수술대 오르던 날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16:34

수정 2014.11.07 10:26



입원한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수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술실 앞과 수술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다.

11일 오전 10시30분으로 수술시간이 잡혔다. 전날부터 외과, 마취과 등 수술 관련 의사들이 수시로 몸상태 등을 체크했다.

수술을 앞두고 수술동의서도 작성했다. 수술을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확률은 거의 없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쳐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 무지막지한 마취과 의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으레 하는 수술동의서 사인이지만 막상 내가 당사자가 되고 보니 섬뜩함이 앞섰다. “만에 하나이지만, 거의 없는 확률이지만 재수없게 내가 포함되면 어떻게 하지”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생각을 바꿔 수술 동의서가 법적효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법적효력이 있다면 그것 역시 문제 아닌가. 수술을 앞둔 사람이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굳이 법적효력도 없는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심난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불안감을 더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수술대기실에 들어섰다. 10여평 넘는 면적이었지만 환자는 나 혼자였다. 담낭절제는 큰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의연하고 싶었다.

그러나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사이 걱정이 앞섰다. 아내, 아이들, 부모님 등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환자가 편안하지 않다는 것을 감지한 간호사가 말을 걸었다. “여기 들어오면 다들 불안해하는데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괜찮습니다. 마음 편안하게 준비하십시오.” 나는 “고맙습니다”고 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당신도 내 입장이 되면 떨릴 것”이라고 되내었다.

마침내 수술실에 들어섰다. 침대에서 수술대로 갈아 탔다. 위에는 큰 조명이 2개 있으며 주위는 수술장비 등이 어수선하면서도 질서있게 놓여 있었다.

의사를 기다리는 사이 마취제가 놓여 졌고 나는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수술 시작 후 2시간 30분 만인 1시쯤 회복실을 나섰다. 아내와 큰처남이 아련히 보였다.

배가 아파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마취가 채 깨지 않은 상태에서도 수술이 무사히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수술 후 통증이 극에 달했는데 내 관심은 언제까지 이 통증이 계속될 것이냐였다. 이를 궁금히 여긴 나에게 같은 방에 있던 환자 선배(?)는 수술 후 2, 3시간 지나면 괜찮다고 말해 줬다. 수술을 앞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언은 정확했다.

회복실에서 1시간 정도 있다가 병실로 올라온 후 1시간가량 지나자 나보다 1시간 30분 먼저 수술한 옆병실에 있는 환자가 걸어서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았다. 1시간 정도만 있으면 나도 걸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아픈 상처가 조금씩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이 다가왔다.

잠에서 깨어 수술부위를 보니 배에 4군데 흔적이 있었다. 옛날처럼 배를 가르지 않고 배꼽 아래를 포함한 4군데에 구멍을 뚫은 뒤 각각의 구멍에 내시경을 비롯한 수술장비 등을 넣어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복강경(배안의 장기를 보는 것)수술이라고 한다. 배를 가르지 않고 구멍만을 뚫어 수술을 하니까 수술 후 상처도 크게 남지 않는다.
첨단의학의 쾌거다.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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