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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탈선위기’의 ‘세계화 기관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16:48

수정 2014.11.07 10:26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21세기북스)

세계화는 이제 멈출 수 없는 기관차와 같다. 강력한 엔진을 단 그 기관차는 정치·경제·문화 등 우리 삶 속까지 깊숙이 돌진해 오며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 세계화는 분명 멈출 수 없는 기관차임에는 틀림없지만 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선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라는 기관차가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선로를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 교수)는 세계화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한 ‘세계화와 그 불만’의 후속편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21세기북스)를 펴냈다. ‘세계화와 그 불만’이 이제까지 진행된 세계화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이라면, 이번 책은 세계화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세계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 세계화의 개혁안에 대해 집대성한 책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누구보다 강도 높은 어조로 세계화를 비판하는 까닭에 사람들은 ‘반 세계화의 전도사’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러한 오해와는 달리 그는 세계화를 반대하지 않으며 세계화의 장점과 이득을 부인하지도 않는다.
다만 미국, IMF, 세계은행의 삼각편대가 주도하고 있는 일방적 세계화의 방향에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 IMF, 세계은행의 정책결정자들은 자본시장 자유화, 외환시장 개방,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정부예산 삭감, 정부규제 축소 등을 근간으로 하는 제3세계 개혁안인 ‘워싱턴 컨센서스’(일명 워싱턴 합의)를 만들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이로써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에 천편일률적으로 강요하는 처방전이자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교리’가 되었다. 그러나 워싱턴 컨센서스를 충실히 이행한 나라들일수록 경제침체와 경제위기의 늪에 빠지는 사례를 볼 때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화는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IMF의 모범생’으로 칭송받던 아르헨티나는 경제위기 끝에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반면에 시장개방에 신중했던 중국과 인도는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고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화가 풍성한 열매를 맺어 기존의 선진국은 물론, 빈곤한 나라들에게도 큰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약속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부자나라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들은 더 빈곤해졌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는 현재 국제적 불균형의 심화, 지구온난화, 교착상태에 빠진 개발라운드 무역협상, 세계은행에 대해 점증하는 불만, 일방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제고 등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화가 진행되는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티글리츠 교수는 제대로 된 세계화를 위해 분야별로 대안을 제시한다. 우선 IMF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의 의결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어 1인 1투표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그동안 50여년 전 설립 당시의 파워에 기반해 미국과 유럽이 수장직을 나눠먹기하고 있으며, 주요 사안에 대한 투표권도 선진국에 더 많은 표를 할애하고 있다.

또 무역·통상과 관련, 다자간 시스템이 아니라 양자간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그는 큰 우려를 표시한다.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은 미국과 멕시코의 격차를 더 심화시킨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예에서 보듯이 세계를 우방국과 비우방국으로 나누고 있으며, 미국의 입김으로 인해 협정 자체도 불공평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적재산권에서 개발도상국에게 복제약 생산을 허용할 것과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미국 등에 무역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돈이 빈국에서 부국으로 역류하는 잘못된 흐름인 글로벌준비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세계화라는 기관차는 지구촌에 행복을 전달하기는커녕 선로를 탈선함으로써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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