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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메기가 미꾸라지를 키운다?’



■선부론(던컨 휴잇 지음/랜덤하우스)

지금 중국에서는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무섭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치 18세기 중국에서 몸소 겪은 일을 일기체 형식으로 기록한 고전 ‘열하일기’를 통해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연암 박지원처럼, ‘선부론’(랜덤하우스)의 저자인 영국 BBC의 베이징 특파원 출신의 던컨 휴잇도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중국의 변화를 생생하게 추적하여 기록한 책을 담아내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어떻게 20년의 짧은 세월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변화와 무서운 경제 성장세를 일구었는지 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에서 놀랍고 무척 정확해 보여 읽기에 흥미롭다. 이런 중국의 엄청난 발전과 성장 속도를 두고서 저자는 그 유명한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서 근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은 마치 ‘메기와 미꾸라지’ 이야기를 살짝 엿보는 느낌이다. 메기부터 먼저 키우자. 그 다음에 메기를 수족관에 넣자. 그러면 미꾸라지가 메기의 영향을 받아 생기발랄해지고 포동포동 살이 오른다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즉 선부자(메기)가 인민을 후부자(미꾸라지)로 모두 해방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정치적 소신과 예측으로 덩샤오핑 주석의 생각을 담은 성명서가 1980년 초에 발표됐다. 이윽고 중국 전역에 걸쳐 경제 제도의 개혁은 즉시 실천에 옮겨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 덕분일까. 20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은 18세기 전성기(건륭제)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중심 국가(中國)로의 변신에 마침내 성공한다. 과거를 허물고 미래를 짓는 도시가 생겨나고 곳곳에 변화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니 과거와 미래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20년간 중국통으로 활동해 온 경제기자 출신의 저자가 바라보는 ‘상하이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과 급격한 도시 개발 때문에 둥지를 멀리 떠나는 사람들과 만나면 우리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달동네 사람들’을 보는 듯한 착각속에 빠져 들 정도다.

이 책은 중국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중국의 성공’을 정치·경제적으로 다루지 않고 개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변화하는 중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중국인 개개인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변화하는 중국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제대로 챙겨야 할 필독서이다.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 중국의 10대들은 머리를 염색하고 일본, 한국, 또는 미국에서 건너온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다니며, 남녀 학생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보통이고, 거리에서 서슴없이 키스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공산당 동료를 상징하던 ‘동지’는 어느새 게이나 레즈비언을 상징하는 단어로 중국 동성연애자들이나 사용할 뿐, 보통 중국 사람들은 이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가족들의 쇼핑에서 구매 결정권이 자녀에게 쏠리고 있다는 구절에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중국인들의 현재 삶의 단면과 함께 중국의 참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해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책 속에서 창업 아이템이 혹여 필요하다면 ‘코스플레이 신드롬’은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만화 주인공의 모습을 재현해 보이는 일종의 분장극인 코스플레이에 착안하면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 여럿 나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