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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 금리인하로 ‘금융 위기’ 모면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행한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일단 진정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금리인하 조치라는 호재에다 금융사의 실적발표 덕분에 뉴욕 증시는 이날 5% 가까운 상승률을 보여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우려되던 금융기관들의 ‘도미노 부도’ 사태는 일단 모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규모를 몰라 금융기관들끼리도 서로 돈을 빌려주기를 꺼리는 극심한 신용경색 위기가 금융시장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킨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미국이 당면한 금융위기와 경제침체 상황에 대한 근본 처방은 아니다. FRB조차도 금리인하로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위축이 향후 몇 분기 동안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폴 크루그먼 등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앓는 병의 근인이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걱정이 여전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미국의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혼란, 국제 원자재가격 폭등 및 환율 급등, 중국의 긴축정책은 우리 경제에 물가상승과 수출 증가율 둔화, 원자재 수급난 등 ‘쓰나미’ 같은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주물업계에 이어 레미콘, 아스콘 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납품 중단에 들어가는 등 실물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19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시장안정을 위한 필요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미국의 장기불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계획도 준비해야 한다. ‘6% 성장’에 매달리기보다는 금리, 환율,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를 안정적으로 운용해 성장률 하락을 최소화하는 한편, 부처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