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경영권 공격-방어 수단 균형 맞춰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18:18

수정 2014.11.07 10:24



법무부가 포이즌 필(독약조항)과 황금주,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잡한 창업 절차도 확 줄인다. 법무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들이다.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일괄 정비하는 차원에서 상법 전반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4·9 총선 이후 18대 국회에서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재계는 경영권 안정에, 시민단체는 지배구조 개선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옛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줄곧 반대했다. 그 통에 경영권 방어 수단은 재계의 희망사항에 머물러 있었다. 포이즌 필은 백기사, 즉 우호세력에 싼 값에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며 차등의결권제는 특정 주식에 수십, 수백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자본시장을 활짝 열었고 그 결과 일부 기업이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일이 있었다. SK그룹을 위협한 소버린, KT&G를 노린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대표적이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경영권 방어 수단은 제대로 정비된 적이 없다. 그러자 경영권에 불안을 느낀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투자할 돈이 그만큼 줄었으니 자원배분상의 왜곡이 일어난 셈이다. 경영자가 경영에만 전념할 수 없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시기적으로도 경영권 공격-방어 수단 간에 균형을 맞출 때가 됐다.

법무부가 이왕 상법을 손질하겠다면 이중대표소송제와 회사기회유용금지 조항도 손을 봐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논의된 이들 조항은 하나같이 재계의 큰 반발을 샀다.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거나, 이사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기업가정신을 꺾어 모험을 감수하는 신규사업 진출보다 위험 회피적 경영에만 치중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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