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李대통령 “덩달아 오르는 생필품값 반드시 잡겠다”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20:17

수정 2014.11.07 10:24



19일 열린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과 격식파괴, 열린대화의 행보를 잘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이후 5년 만에 처음이지만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우선 이 대통령이 참석한 다른 몇몇 행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행사장에 단상 좌석이 사라졌다. 이 대통령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제단체장, 수상자 등 참석자들과 함께 일반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신과 ‘현장 행정’의 철학을 잘 느끼게 해 준 것은 행사 직전 가진 일부 수상자들과의 간담회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한 회의실에 마련된 간담회장에는 탁자가 하나도 설치되지 않아 이 대통령과 수상 기업인, 근로자들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눴다.


미국 건국 이전에 마을 주민들이 공터나 마을회관에 모여 현안을 격의 없이 토론하는 자리였던 ‘타운미팅’을 연상케 하는 형식의 대화였다.

취임 이후 경제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취임 이전부터 기업인이나 근로자들과 숱한 대화를 가져 온 터여서 이 대통령은 갖가지 경제현안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인, 근로자들은 중소기업 가업상속, 연구개발(R&D) 인력확보, 물가불안, 자금확보 어려움 등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기탄없이 대통령에게 털어놨고 이 대통령은 사안에 따라 ‘검토해보겠다’고 답하거나 배석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에게 “방안을 마련해 올려보라”고 즉석에서 주문하기도 했다.

대구 성서공단 내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업체 엘엔에프의 이봉원 사장은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상속제도를 개선해 줄 것과 지방 중소기업도 R&D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해보라”고 되물었고 이 사장은 “R&D 인재 확보를 위해 예컨대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한 R&D 인력에 대해 자녀 학자금이나 하숙비 등을 과세에서 공제해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장관이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세법이 지난해 개정돼 이를 시행해 보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정부 시책을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개정된 법률이 충분하지 않으니 지금 이런 문제가 제기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근로자 대표로 참석한 장현숙 매그나칩반도체 기숙사 사감은 “대통령이 밝힌 50개 품목 집중관리 대책에 큰 관심이 있다”면서 “물가상승 대책으로 국민연금이나 새로 시행되는 장기요양보험 등 월급에서 원천징수되는 사회보험료를 소득공제해 준다면 근로자들의 실질소득 보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빵이나 우유, 주스 등 서민들의 기초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이 덩달아 오른 것은 막아야겠다는 것이 ‘50품목 집중관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납품단가가 조정되고 대기업들의 원가가 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금 이 어려움을 극복하면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과 기업인, 근로자들과의 대화는 30분가량 이어졌고 기념식 후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갈비탕으로 오찬을 함께 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제계 최대 행사인 상공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수상자와의 격의 없는 대화와 오찬을 포함해 2시간30분가량이나 시간을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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