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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에너지 강국 코리아] <끝> 프랑스,58개 원전 건설..전력 수출국으로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20:32

수정 2014.11.07 10:24



프랑스도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이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1%와 가스의 2%만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을 마지막으로 석탄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도는 1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던 지난 1973년 23%에서 현재는 50%로 높아졌으며 전 세계에서 최초로 전력을 수출한 나라다.

아울러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0개 나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24위를 차지할 만큼 적다. 자원빈국인 프랑스를 이렇게 만든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원자력발전이다.

■58개 원전에서 425테라와트(TWh) 전력생산

우리나라처럼 변변한 부존 자원이 없는 프랑스가 원자력발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샤를 드골 대통령 때부터다.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인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당시 프랑스 정부가 원자력청을 만들었고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19일 프랑스의 에너지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환경 및 지속가능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프랑스는 1450㎿급 4개, 1300㎿급 20개, 900㎿급 34개 등 총 58개의 원자력발전소와 1개의 원자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58개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연간 425테라와트(TWh=10억㎾)이며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많고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양이다.

소피 갈레 르위스트 프랑스 정부 자원에너지국장은 “58개의 원자력발전소는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20개 지역의 프랑스 전역에 흩어져 있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석유 등 다른 에너지원처럼 가격이 급등하는 것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프랑스의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78%인데 몇 년째 이 비율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력생산량의 12%는 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고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가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58개의 원전은 프랑스 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상당하다. 원전을 통해 생산됐지만 남아도는 전력을 독일과 벨기에 등 인근 국가에 수출해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정부는 원전 덕택에 지난 2006년 한 해에만 158억유로의 에너지 수입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프랑스가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약 462억 유로(약 71조6568억원)를 썼는데 프랑스 정부는 58기의 원전이 없었다면 지난 2006년 한 해에만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620억유로를 써야 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원전으로 한 해 160억유로 절감

프랑스는 단순히 남아도는 전력을 이웃나라에 수출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오는 2030년까지 추가로 건설할 예정인 원전이 170여개에 이르는 등 세계적으로 원전건설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식 원전을 전 세계에 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임용택 한국수력원자력 파리사무소장은 “프랑스는 에너지원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국가에 프랑스식 원전을 도입시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자국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사르코지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어김없이 프랑스 에너지 공기업인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사장이 동행하고 있다. 이런 사르코지 대통령의 노력으로 프랑스식 원전은 모로코와 이집트, 알제리,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산유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최근 산유국들이 원전 건설을 늘릴 계획이어서 프랑스의 원전 수출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프랑스는 중국에서 80억유로에 이르는 2개의 제 3세대 원전건설계약을 체결했으며 원자력건설 계획이 있는 영국에도 프랑스식 원전을 수출할 방침이다. 프랑스가 이처럼 자국의 원전기술을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는 힘은 프랑스 정부의 주도 아래 역할을 나눠 원자력발전의 효율을 높이고 원전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원자력 관련기관과 공기업들 때문이다.

■프랑스 원자력발전의 힘은 어디서?

프랑스 정부가 원자력정책 총괄을 맡고 있다면 원전의 안전과 관련한 정책조정은 프랑스원자력안전청(ASN)이, 원전수출은 방사선 방호 및 원자력안전연구소(ISRN)가 각각 전담하고 있다. 또 프랑스전력청(EDF)은 원자력 발전소 소유와 운전,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원전건설과 관련 기자재 공급 등은 아레바사와 알스톰사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는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방사성폐기물을 재사용하는 기술을 진보시키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한 연구는 EDF와 프랑스 원자력청(CEA), 프랑스 에너지 공기업인 아레바 등의 기관이 각각 힘을 모으고 있다. 원전폐기물의 보관 기술은 CEA가 연구하고 저장시설은 또 다른 에너지 공기업인 앙드라(ANDRA)에서 연구를 수행한다.

프랑스 정부 자원에너지국 관계자는 “이들 기관들은 프랑스 서북쪽에 있는 노르망디 지역 지하에 연구소를 만들어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원전의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업을 바탕으로 프랑스는 현재 유럽에서는 핀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노르망디에 3세대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또 태양 에너지의 발생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통해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오는 2020년에 4세대 원전 건설계획도 마련하는 등 원자력에너지 강국의 위치를 다지려는 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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