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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있어야 일하지”..일손 놓은 아파트 공사현장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9 22:37

수정 2014.11.07 10:23

“우리 건설현장 담당자들은 요즘 죽을 맛입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 치이고 자재 납품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요즘 같으면 건설산업이 금방 망가지고 말 것 같아요.”(서울 은평뉴타운 건설현장 관계자)

분양가 상한제와 부동산 대출규제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 건자재 대란에 이은 레미콘 업체의 공급 중단까지 이어지면서 건설 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레미콘 업체들이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 중단’을 단행한 19일 오전 공사가 한창인 서울 은평구의 은평뉴타운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적막감이 들 정도였다. 골조와 벽체공사가 한창인 이들 현장에는 이 시간쯤이면 레미콘 차량이 줄을 이어 드나들고 현장 인부들도 레미콘 타설에 정신없이 바빠야 하지만 모두 손을 놓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레미콘 너마저…” 공기지연 우려

레미콘 공급 중단 첫날인 이날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 일대 은평뉴타운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은 휴일의 이른 아침 공원처럼 한산했다. 걸어다니는 인부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바삐 돌아가던 타워크레인도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은평뉴타운 2지구 B공구의 이호경 건설소장은 “갑자기 공급이 중단되니 공사 자체가 올스톱”이라면서 “범퍼(콘크리트 타설기) 연대파업에 이은 이번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1811가구를 공급하는 이 사업장은 골조공사 30%를 남겨두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된 것. 레미콘과 관련돼 일하는 근로자는 하루평균 650명. 이중 골조작업에 참여했던 300여명은 일감이 없어 한시적인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두산건설이 시공하는 은평뉴타운 2지구 C공구 역시 레미콘차량이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업장은 골조공사 진행률이 30%에 불과해 레미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기 지연 우려가 더욱 크다. 이 현장 관계자는 “매년 가격에 불만을 느낀 하도급업체들의 소소한 파업이 있어 왔지만 이번 건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면서 “한 열흘 정도면 ‘돌관공사(야간과 주말까지 작업하는 것)로 공기를 맞추겠지만 한달 이상 납품이 지연되면 공사기간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원가 오르면 뭐 먹고 사나…”

레미콘 공급이 조기에 재개돼 공사 일정을 맞추더라도 건설업계는 걱정이다.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은평뉴타운은 발주처인 SH공사가 엄격한 분양가 심사를 거쳐 시세의 80% 수준에 분양 가격을 책정한 곳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른 마진 축소에다 원가 상승까지 겹쳐 이중고를 앓게 됐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은평뉴타운 2지구 B공구 현장소장은 “현재 레미콘업계가 1㎥당 6000원의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데 이는 레미콘 차량 1대당 3만원의 원가가 오르는 것”이라며 “발주처가 이 모든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기 지연과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건설업체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사진설명=레미콘 업체들이 납품 가격인상을 요구하며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일제히 중단한 19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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