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프로듀서스] ‘쇼팩’ 송한샘 대표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20 15:29

수정 2014.11.07 10:20



공부보다는 음악이 더 좋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던 시절엔 음반 작업에 몰두했고 재즈가수 윤희정을 사사해 2∼3년간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덜컥 국내 유명 대기업에 입사했다. 깔끔한 양복의 번듯한 직장 생활은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뭔가에 끌리듯 돌아왔다. 이번엔 무대 뒤편이다.
공연기획사 제미로와 쇼노트를 거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이제 막 삼십대 중반이지만 이력은 거창하다. 전혀 상관없어 뵈는 분야들을 두루 거친 것도 독특하다. 때론 그 덕에 쉽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수 생활을 했던 거나 대기업에 다녔던 것 모두 지금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요. 음악에 대한 열정은 뮤지컬 제작을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고 회사에 다닐때 어깨 너머로나마 조직의 생리나 시스템을 익힌건 경영자로서 큰 도움이 되죠”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학로에 관한 절절한 추억이나 무용담이 없기 때문이다. 정통 연극인들이 종종 꺼내는 ‘내가 열아홉살때 대학로에서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했어’ 이런 류의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 분들께는 조언 한마디를 구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요. 단순히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란 걸 증명해야하니까요.”

그는 지난달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이 선정한 ‘주목할만한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렸다. 관련 기사에서 이지나 연출자는 ‘넘치는 지성, 절대적 음감, 세련된 매너, 독특한 비전. 이 모든 것을 가진 공연계의 미래’라고 그를 추켜세웠는데 실제로도 그는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영어와 중국어는 물론이고 혼자 익힌 일본어 실력도 대단하다. 어지간한 뮤지컬 대본은 무리없이 번역하는 수준이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초연의 일본어 대본과 지난해 공연한 쇼팩의 첫작품 ‘조지엠코헨 투나잇’ 모두 직접 한국어로 바꿨다. 지난 18일 충무아트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이블데드’ 역시 직접 번역했다. 영화 ‘이블데드’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만 10년 가까이 해온 배우 류정한의 파격 변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본을 읽다보면 딱 느낌이 와요. 이 작품 하고 싶다. 혹은 진짜 뜰 거 같다. 그러다보니 초벌이라도 직접 번역하는게 습관이 됐어요.”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독특함과 대중성이다. 특이해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을 고르기 위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편견에 갇히지 말자’는 것. 그러기 위해 취미 생활도 두루 하는 편이다.

“한달에 두어권씩 책을 읽고 재즈 음반은 10개쯤 구입해 들어요. 뮤지컬에만 갇혀 있다보면 오히려 아이디어가 메마르거든요.”

사실 지난해 첫작품 ‘조지엠코헨 투나잇’을 선보였지만 흥행에 참패해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당시 ‘조지엠코헨 투나잇’과 ‘이블데드’ 중 어떤 작품을 먼저 할까 고민을 했어요. 솔직히 ‘이블데드’는 흥행성에만 치우친 작품이어서 돈을 벌 자신이 있었죠,. 그래서 ‘어려운 것부터 먼저 해보자’는 심정으로 ‘조지엠코헨 투나잇’을 먼저 올렸어요.” 돈을 벌진 못했지만 ‘조지엠코헨’을 버릴 생각은 없다.
내년께 장소를 대학로로 옮기고 초연때보다 나이 든 배우들로 구성해 다시 한번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선보일 창작뮤지컬 ‘해븐 익스프레스’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는다.


“핀란드 소설 ‘기발한 자살 여행’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줘요. 돈을 벌든 못 벌든 전 이렇게 솔직한 작품이 좋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는 진실된 작품이거든요.”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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