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저녁 싱가포르는 요란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시내 곳곳에서는 밤이 늦도록 흥분에 가득찬 노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싱가포르가 오는 2010년 8월 열릴 예정인 ‘제1회 유스올림픽(Youth Olympic Games)’ 개최국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와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거둔 성과라 기쁨은 배가 됐다.
리셴룽 총리도 축하행사에 참석, “꿈이 현실로 나타났다.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에서 올림픽의 불꽃을 가장 먼저 밝히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커지는 싱가포르의 자신감
싱가포르는 왜 이처럼 유스올림픽 개최에 열광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국민이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는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지금까지 유스올림픽보다 규모가 조금 큰 동남아시안게임(SEA)을 두 차례 개최했을 뿐 세계적인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를 치러본 경험이 없다.
오는 9월 올림픽·월드컵·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과 함께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포뮬러원(F1) 경기를 처음으로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는 자동차경주 단일종목일 뿐이다.
반면, 유스올림픽은 전세계 14∼18세 청소년 3200명이 참가해 모두 26개 종목에서 대결을 펼치게 된다. 규모는 하계올림픽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유스올림픽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지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가능한 한 기존 경기장 시설을 이용토록 한 덕에 개최 비용은 3000만달러(약 285억원)선에 그칠 전망이다.
반대로 유스올림픽을 통한 싱가포르의 이익은 3000만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상승은 물론, 싱가포르 기업들도 이번 대회를 이용해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무려 700개의 싱가포르 기업들이 이번 유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싱가포르 정부를 거들었다는 전언이다.
유치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테오 세르 럭 정무차관은 “유스올림픽의 주요 후원기업 타이틀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져 가겠지만 2차 후원기업은 싱가포르 기업들이 될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복병으로 등장 가능
날이 갈수록 올림픽을 비롯,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세계 각국의 유치 경쟁은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평창과 러시아 소치가 혈전을 벌였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보듯 이제는 국가 원수가 직접 나설 정도다. 그만큼 이 같은 스포츠 이벤트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유·무형의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201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대구 유치에 성공했고 부산은 머잖은 장래에 올림픽 개최를 꿈꾸고 있다.
이번 유스올림픽 유치전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가 비록 선진국이지만 그동안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유치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던 동남아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이다. 스포츠 불모지인 동남아 국가도 얼마든지 올림픽 유치전 등에 뛰어들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인구 450만에 서울 크기의 땅덩어리를 가진 싱가포르가 무슨 올림픽이냐’ ‘동남아 국가가 올림픽 개최 능력이 있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가와 손을 잡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싱가포르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부자’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올림픽은 대륙별 순환 개최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우리나라와 일본·중국이 모두 올림픽 개최 경험을 갖게 된다. 동남아 국가들이 어느 정도의 경제·사회적 기반을 갖춘다면 우리나라가 앞으로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복병을 만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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