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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산은 매각은 금융규제개혁의 시금석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20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의 기본방침을 밝힌 것은 금융 공기업 민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

전 위원장은 우선 “산업은행과 자회사들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매각 과정이 시작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계획에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등 정부소유 은행과 나머지 국책은행의 매각 방안도 포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의 이날 발표 내용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것과 거의 같다. 당시 인수위는 산은 민영화와 관련, 산은을 장기적으로 투자은행 기능과 정책금융 기능으로 분리해 투자은행 기능은 민영화된 형태로, 정책금융기능은 정책은행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은과 자회사(대우증권 등)를 우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이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해 토종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고 조성된 매각대금 중 20조원을 순수 정책금융기관(KIF)으로 운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민간이 중심이 돼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산은의 민영화 기본 방침이 이같이 확정됨으로써 산은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을 하나로 묶어 자산 500조원짜리 대형 금융사를 세운 뒤 주인을 찾아주자는 메가뱅크 방안은 일단 제외됐다. 이 방안은 민영화 지연과 관치금융 개입 가능성이 많은 반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산은은 선진화된 지배구조 구축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매각 가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산은 민영화에는 국민연금기금은 물론, 국내외 시중은행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들의 지분 참여 결과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올 지분매각 방식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산은 매각에 앞서 산은이 그동안 해왔던 기능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외화조달 창구 기능이나 기업 구조조정과 회생 업무, 중소기업 지원 등의 대체 방안은 물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을 서주는 중기 지원체계 개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