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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의 인플레 경고..투기자금 원자재서 발빼나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20 17:59

수정 2014.11.07 10:18



석유, 금속, 곡물 등 폭등세를 보이던 상품가격이 19일(현지시간) 급반락한 것은 그동안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에 종지부를 찍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상품가격이 이제는 대세하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상품시장은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운데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워치는 이날 상품가격 급락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변환 시사를 꼽았다.

■“미 인플레 압력 고조” 우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18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지만 당초 시장 예상치인 1.0%포인트보다 적은 수준의 인하에 그쳤고 발표문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것이 향후 FRB의 정책변환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상품가격 급등세에 제동을 걸게 됐다는 것이다.

뉴욕생명 투자운용 주식 투자그룹의 윌리엄 냅 상무는 “FRB의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0.75%포인트 금리인하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성명서는 상품 투기꾼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품시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FRB의 거듭된 금리인하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안전자산으로 석유, 금, 곡물 등을 사들이면서 급등세를 보여 왔다.

또 미국의 금리인하와 더불어 달러 약세는 달러로 표시되는 상품가격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플레이션에 근거한 상품가격 급등세 추진력 일부가 이날 사라진 대신 세계 경제 둔화, 미국 금융시장 불안정에 대한 우려, 달러 상승세, 과다차입으로 압박을 받아 현금이 필요해진 투자자 등의 요인으로 상품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덕분에 유가는 이날 하루에만 4.5% 급락하며 지난 1991년 이후 일간 기준으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게 됐다.

FRB의 통화정책이 방향을 틀 것이란 점도 상품가격 급락세 배경이 된다.

지난해 9월 이후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2004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2.25%까지 떨어뜨린 FRB의 통화정책은 달러 약세를 불렀을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였고 이는 상품가격 급등세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18일 FRB의 통화정책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이 같은 연결고리를 끊으며 상품가격 랠리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성명에서 FRB는 물가 오름세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전만큼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 전망

통화정책 변화 시사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FRB 금리인하 뒤 강세로 돌아섰던 달러는 19일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달러 강세는 달러 이외 통화를 보유한 이들이 석유, 금 등 달러 표시 상품을 사들일 때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게 돼 이들 상품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FRB의 통화정책 기조 선회, 달러 강세 전환과 함께 수요 둔화 전망이 가세하면서 상품가격 급락세가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실물시장을 위축시켜 이미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기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상품수요 둔화 전망으로 이어졌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상품 리서치 공동 책임자인 게일 베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 부문 위기상황의 시사점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이 시사점은 바로 경제 전반 둔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의 방향성이 더 확실해질 때까지 앞으로 수개월 간 19일에 나타났던 가격 급등락세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급등락세 계속될 것

AFP 통신도 앞으로 당분간 상품 시장이 급등락세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초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커진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안전자산인 상품에 몰린 데다 달러 약세라는 날개까지 달고 상품가격이 급등세를 탔지만 이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해 8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를 위협해 상품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해 왔다고 AFP는 지적했다.

바슈 파이낸셜의 트레이더 크리스토퍼 벨류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석유를 사려고 하는 투자자들과 석유수요 둔화를 의미하는 주식시장 약세 사이에 끊임없는 갈등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벨류는 “상품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가격 변동성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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