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물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뛰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인 원유,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정부의 통제권 밖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정부의 물가 대책은 사실 ‘백약이 무효’일 수 있고 또 내놓을 수 있는 정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 생필품 가격을 잡겠다는 것은 약효 여부를 떠나서 ‘최저 수준을 지키겠다는 의지’ 정도의 의미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세해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경제상황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점검회의를 열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은 가능한한 동결키로 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본격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 서민생활 체감물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 하위 40% 계층에서 주로 소비하는 품목 중 가장 많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50개 품목을 곧 확정해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새 정부는 지난달 28일 출범 직후 유류세 10% 인하 계획을 발표하면서 휘발유 가격 안정을 시도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유통구조 개선, 공공요금 동결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이 국무회의에 보고됐으며 5일에는 가계와 자영업자의 전기요금 인하와 사교육비 대책, 곡물 등의 할당관세 인하 등을 축으로 5대 서민생활비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10일에는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서민생활 품목 물가안정대책에 주요 내용을 포함켰으나 이후에도 이 대통령의 질책이 계속됨에 따라 급기야 50개 생활필수품을 골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크게 봐도 새 정부 들어 1개월도 채 안된 기간에 6번이나 물가 대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을 보면 유류세나 할당관세 인하, 공공요금 동결, 유통구조 개선 등이 반복되면서 각 발표내용이 별 차이가 없다.
이 가운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순식간에 넘어서고 환율은 달러당 1000원 수준까지 치솟는 등 물가를 자극하는 대형변수들은 날개를 단 듯 치솟았다.
결국 세금을 조금 낮추거나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으로는 뛰는 물가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서 의미를 갖는 원재료 물가는 지난달 무려 45%나 올랐다.
정부가 50개 생활필수품을 골라 가격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지만 그 효용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직접적인 시장규제 정책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면서 “지난 60, 7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총수요관리보다는 생필품에 대한 직접적 가격규제가 더 중요한 물가정책의 수단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물가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했고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의 경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라도 올려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이 시중유동성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라는 비용 상승 때문에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 조절 수단인 ‘금리’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금리를 올릴 경우 오히려 가뜩이나 불안한 소비심리를 자극해 최근 둔화되고 있는 민간소비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있다.
환율 또한 외환시장 규모로 볼 때 관리하기 쉽지 않은 데다 물가를 위해 원·달러 환율을 낮출 경우 성장과 경상수지를 낮추게 돼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카드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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