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상장사 돈 빨아먹는 증시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20 20:52

수정 2014.11.07 10:17



증시가 침체를 겪으면서 상장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장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기업이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은 자금은 같은 기간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업 자금조달 창구로의 역할을 충실해 해냈던 증시가 올해 해외발 악재로 무너지며 기업의 자금을 오히려 빨아들이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 규모 절반 ‘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가운데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7개 기업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미 조달됐거나 납입 예정인 자금은 총 4411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893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유상증자 과정도 순탄치 않다. 처음 유상증자를 결정한 시기와 최종 주당 발행가액이 결정되는 사이 주가가 하락하며 자금 조달 규모가 기존 목표보다 크게 줄어든 기업도 속출했다. 최종 주당 발행가액은 주주 청약일 3일 전에 확정되기 때문에 그 사이 1∼2개월가량 시간차가 발생한다.

그린화재해상보험은 지난 1월 28일 22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11일 발행가액이 7740원으로 확정되며 조달금액은 170억원, 23%가량 줄었다. 기존 신주발행가액인 지난 1월 25일 종가(1만5000원) 대비 주가가 33%가량 추락한 탓이다.

한화증권도 발행가액이 7280원에 결정되면서 조달금액이 2496억원에서 1893억원으로 24%가량 줄어들었다. 기존 발행가액은 지난 1월 25일 종가인 1만6200원. 현재 주가는 98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마이크로닉스는 지난달 감자를 결의한 후 자본감소를 반영한 주식수로 23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하지만 임시주총에서 감자안이 부결되면서 유상증자도 사실상 무산됐다. 아인스는 지난 1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11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그동안 납입일이 6번이나 미뤄지며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사주 매입 효과도 미미

반면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인 기업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기업은 총 27개. 지난해 같은 기간 22개보다 18%가량 늘었다. 올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쏟아부은 자금은 총 1조146억원.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230%에 달한다. 증시에서 끌어들인 자금보다 증시에 쏟아부은 자금이 2배나 많은 셈이다.

자사주 매입 효과도 미미했다. 온미디어는 지난달 29일 100억원을 들여 자사주 233만주를 사들였지만 그 이후로도 주가는 11% 이상 추가 하락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도 540억원을 투자 569만주의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쳤고 현재 자사주 취득 전보다 12%가량 더 하락한 상태다. 하이트맥주는 222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았지만 주가는 11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내려앉으며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불안하고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급격히 위축된 탓에 증시가 자금조달 창구로의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형 기업의 경우 펀드 시장이 대형화되고 중소형 펀드가 점차 줄어들면서 대기업에 더욱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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