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 합병이 예상외로 빨리 진행되고 있다. 남중수 사장이 이달 초부터 공식적인 연임에 들어가면서 KTF와의 합병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업계 및 증권가에선 이르면 6월 이내 합병을 선언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 합병 수순을 매듭지을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또 기업구조개선 방안 중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방안은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KT가 꺼낸 지배구조개선 카드 중 파괴력이 가장 떨어지는 ‘하수’다.
업계에선 KT가 이미 KTF와의 합병을 위한 주간사 선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TF와의 합병 이후 KT그룹의 사업전략 및 시너지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이에대해 KT는 연례적으로 받는 컨설팅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지만 KTF와의 합병이 가시화된 시점이어서 합병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합병전략과 합병 후의 시너지, 대응전략 등에 대한 시나리오 수립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KT측은 “아직은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할지 KTF와 합병할지는 정해진 게 없으며 모든 것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합병 왜 지금인가
KT가 KTF와의 합병을 서두르는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함에서다. 급변하고 있는 시장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텟과 인터넷TV(IPTV)를 가진 유선통신 2위 사업자 하나로텔레콤을 품에 넣었다. 지금은 유무선이 통합되고 결합서비스로 시장이 재편되는 시점이다. KT에 KTF와의 합병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가 된 것이다.
합병하면 KT는 얻는 게 많다. 우선 결합상품 경쟁에서 드는 마케팅 및 상호 계약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동통신과 결합한 유무선묶음상품(QPS)의 가입자 확보에도 유리해진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합병하기에 더없이 좋다. 지금은 KT가 공격적으로 IPTV, 와이브로 등 신사업을 밀어붙여 12조원대 매출을 내걸면서 성장모멘텀(추세)이 주목을 받고 있는 때다. 또 친기업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KT는 ‘국민에는 요금 인하혜택, 기업은 경쟁력 강화’라는 매력적인 합병의 두 명제를 내걸 수 있게 됐다. 또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비교적 무난한 조건으로 정부 인가를 받은 것도 KT에는 기회다.
문제는 이 타이밍을 놓치면 합병의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KT가 90%를 장악하고 있는 유선전화 시장은 ‘손에 쥔 모래’처럼 새 나가고 있다. 상반기 이후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에 탄력이 붙으면 KT의 유선전화 매출 하락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또 3G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KTF의 ‘쇼’도 하반기 SK텔레콤이 밀어붙이면 1위 자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합병선언은 언제?
그렇다면 합병 발표 시기는 언제가 될까. 실제로 합병선언을 발표한다는 것은 이전에 충분한 물밑작업이 있었다는 말이다. 합병선언 시점은 KT가 ‘몸값’을 올리면서 얼마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도록 길을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여기엔 합병 반대세력들의 태클을 넘으며 여론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작년부터 KT가 합병을 위한 스터디(물밑작업)를 다 한 것 같다”며 “2·4분기 안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걸림돌은?
그러나 KT의 합병엔 변수가 많다. 우선 인가조건이다. 이는 KT가 KTF를 합병하는 대신 내놓을 게 뭐냐는 것과 같은 말이다. SK텔레콤과 LG그룹, 케이블TV업계도 ‘KT의 지배력 전이를 막아야 한다”며 걸고 넘어질 것이다. 일정 기간 시장점유율 제한, 필수설비망(시내전화망) 분리 등의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KT가 합병의 대가를 톡톡히 치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합병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이냐도 논란거리다. 합병 비율에 따라 양사 주주들의 이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또 KTF 지분 10%를 갖고 있는 2대주주 ‘NTT도코모’도 유리한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KT와 KTF의 실제 밸류에이션(가치산정)을 따지면 복잡하다”며 “KT 입장에선 합병이 빠를수록 좋다. 장기적으로 결합상품 구도에서 KTF의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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