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 전 라면이 변질됐다는 민원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보상한 A사는 최근 이 소비자가 당시 문제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고민에 빠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이물질 사건에 편승해 이미 종결된 사건까지 문제를 제기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2. 대형 유통업체 B사는 쌀 한 포대를 구입해 먹던 중 벌레가 나왔다며 매장에서 생떼쓰는 고객을 당해낼 수 없어 새 포대로 교환해 줬다. B사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과실과는 상관없이 변질, 이물질 혼입 등의 이유로 생떼를 쓰는 고객들이 가끔 있다”며 “업체로서는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우깡 속 생쥐머리, 참치캔 속 커트 칼날, 녹차 속 녹조류 등 식품 이물질 사고가 잇따르면서 식파라치도 기능을 부릴 조짐이어서 관련업계가 긴장하고있다.
식파라치는 식품+파파라치의 합성어로 유통기한이 넘는 식품이나 변질, 이물질이 든 제품을 찾아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신고하고 보상금을 타내는 신고꾼을 말한다.
식파라치가 활동하면서 업계가 위생과 품질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다는 장점도 있지만 블랙 식파라치까지 등장, 과도한 보상요구가 잇따르면서 건전한 기업활동까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물질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과거 2∼3년 전에 종결된 이물질 등 식품사고에서 대해 보상금이 적다며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농심, 동원F&B의 경우 이물질이나 변질 등이 발생한 지 최소한 1개월 이상 지나 문제가 된 경우다. 특히 회사측이 소비자의 신고를 받고 현금보상 등을 마친 경우도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비재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소비자 문제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57.5%가 월 1회 이 같은 블랙컨슈머의 민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내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우리 기업의 소비자관련 애로 실태와 개선 과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기업의 87.1%가 고객들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제는 식품 이물질 피해 제보의 경우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건지 유통과정에서 변질된 건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이나 언론에 보도될 경우 업체는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고 매출손실로 이어진다.
한편, 제품에서 지렁이가 나왔다며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5000만원을 요구한 소비자에 대해 법원이 일부 사실만을 인정해 300만원 보상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해당업체는 소비자가 제품의 수거를 거부하는 바람에 벌레의 종류나 출처도 알 수 없고 원인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문제가 더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항소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체 관계자는 “원인 자체가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소비자들의 이물질 관련 제보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정한 선에서의 보상에 그치지 않고 과도한 비용을 요구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비자 관련기구나 시민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잠도 설치고 있다”며 “특히 식품업계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yoon@fnnews.com윤정남 고은경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