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면=공기업 경영비리-인사전횡 여전해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26 14:14

수정 2014.11.07 09:56


‘공기업은 비리 백화점(?)’

감사원이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공기업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임직원들의 부실경영은 물론 인사 전횡 등 비리가 여전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한석탄공사는 허위문서를 만들어 회사채를 발행한 뒤 부도난 건설업체에 1800억원을 지원했고 산업은행 자회사의 경우 감사원의 공기업 감사 기간에 버젓이 향응·접대성 골프를 즐기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감사원에 따르면 증권예탁결제원은 지난해 하반기 신규직원 채용시 합격권에 포함된 5명을 탈락시키고 대신 순위밖의 5명을 합격처리하는 등 인사비리를 저질렀다가 적발됐다.

예탁결제원은 당초 채용계획수립시 임원면접 결과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해놓고 임원 종료후에 인사부서에서 면접관 3명으로부터 제출받은 면접점수표 23곳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합격가능자 5명을 탈락시키고 순위밖의 5명을 합격처리했다.

감사원은 “최종선발 전 단계인 필기시험 및 실무진 면접을 하는 과정에서도 당초 점수를 수정하거나 가필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필기시험 점수를 조작해 필기시험 결과 실무진 면접 대상이었던 11명을 탈락시키고 탈락했어야 할 14명을 실무진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모 자회사는 직원 명의의 통장을 개설, 대출·리스 등을 받은 60여개 업체들로부터 친목도모 명목으로 30만∼100만원의 회비를 송금받아 국책은행 자회사 임원들이 거래업체 사장들과 지난 2005년부터 매년 2∼3차례 골프모임 경비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올 3월 현재까지 거둔 총회비는 1억2000만원이며 이가운데 집행액은 7000만원, 잔액은 5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공공기관 경영실태 감사를 받고 있던 지난 21일 금요일 오전부터 22일 토요일 오후까지 제주도 모 골프장에서 임원 5명이 거래업체 사장 17명과 함께 골프라운딩을 하고 소요경비는 위 회비에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현재 향응·접대성 골프 여부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직무유관 업체에 불필요하게 부담을 준 사실이 있거나 유착관계를 형성한 후 부당 대출, 기한 연장한 사례 등이 있는지 여부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석탄공사는 석탄산업 침체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자금상환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차입금의 일부를 단기 유동자금으로 조성·운용하면서 시설투자에 사용할 차입금 418억원을 용도변경 없이 1차 부도난 모 건설업체 어음 매입에 전액 사용했다.


석탄공사는 이 업체의 어음이 거래중지돼 투자금 손실이 우려되자 퇴직금 중간정산 등을 위해 11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허위문서를 작성, 이사회에 보고하고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 뒤 지난해 6∼11월 31회에 걸쳐 이업체에 저리로 모두 1800억원을 지원해 부도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공사의 경우 유동자금 운용 담당 본부장, 처장 등이 이같은 비리를 주도했고, 사장은 이런 사실을 추후 보고받았으나 조용히 사건을 무마하도록 묵인·방치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감사원은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증권예탁결제원의 경우 사문서변조 및 동행사,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sykim@fnnews.com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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