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재정부-한은,금리·환율 ‘기싸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26 21:39

수정 2014.11.07 09:52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지표 운용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MB노믹스’의 선봉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참여정부’ 시절부터 경제안정을 이끌어 온 이성태 한은 총재가 잠시 묻어 뒀던 경제에 대한 시각차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시장만 골탕을 먹고 있다.

■강만수 ‘금리 내려야’, 이성태 ‘올려야’

강만수 장관은 25일 저녁 열린 한 강연에서 작심이라도 한듯 한·미 간 금리차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한은에 정책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강 장관의 발언은 이날 오전 이성태 한은 총재가 한국외대 총동문회 주최 기업인포럼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 물가상승은 금리인상의 신호”라고 언급한데 대한 반격으로 비쳐졌다.



강 장관은 ‘금리인하’, 이 총재는 ‘금리인상’으로 정책금리에 대한 양측 수장 간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

강 장관에 이어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까지 한은을 압박했다. 최 차관은 26일 오전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외 금리차가 크면 외자 유출입 등 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금리와 미국의 금리차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은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 재정부↑, 한은↓

거시경제지표에 대한 논쟁은 금리를 넘어 환율로까지 번졌다. 26일 최 차관은 전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에 대해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시장은 양방향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데 변동성이 크면 줄이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며 환율 급변동 시 정부의 개입은 당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이성태 한은 총재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단기 고점을 찍은 것 같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재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 차관은 전날 이 총재의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20원 이상 급락한데 대해 “한국은행에서 해명자료를 낸 것을 봤는데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면서도 “시장에서 잘못 해석한 면도 있지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장’이냐 ‘물가냐’가 관건

이처럼 재정부와 한은 간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양측의 분명한 입장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재정부는 물가를 다소 희생하더라고 경제회복에 매달려야 할 형편이다. 올해 목표치인 6% 성장에 좀 더 바짝 접근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

특히 물가는 세금인하, 사재기 단속 등 미시적 조정을 통해 잡을 수 있다고 보고 거시정책적 운용 수단인 금리나 환율은 성장을 위해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감세도 하고 규제도 완화한 마당에 금리까지 내려 3박자를 맞췄으면 하는 게 재정부의 속내일 수 있다. 게다가 환율 또한 수출쪽에 유리하게 돌아가면 금상첨화다.


반면 한은에는 ‘물가 안정’은 포기할 수 없는 숙제다. 무리하게 금리를 내릴 경우 거품이 생겨 휴유증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강 장관이 전날 내외 금리차 확대를 근거로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이 내외 금리차 만을 보고 국내로 유입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