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을 높여라.’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주요 성장축인 디스플레이·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삼성·LG·동부·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의 생존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노력은 그룹별로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세분화돼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론 ‘꿈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한 차세대 전략도 구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각 업체들은 당장 코앞에 들이닥친 디스플레이·반도체 가격 하락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 전략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디스플레이·반도체의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새로운 공정기술 및 장비 개발들은 성장전략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원가 절감형 디스플레이 개발이 필수
7, 8세대에 이어 10세대까지 이어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공장의 대형화 성공으로 LCD 업계는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그렇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세가 진행됨에 따라 원가 절감형 LCD 개발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1인치(2.54㎝)당 제조원가가 7달러 이하, 소비전력 140W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95% 이상의 황금수율을 지속키 위한 새로운 시스템 개발도 요구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일반 유리로 LCD 패널 유리를 대체하는 기술 혁신까지 이룩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구동칩(드라이브IC)을 3분의 1로 줄인 14.1인치 노트북용 LCD를 개발해 생산성을 크게 올렸다.
발광다이오드(LED) 기반의 LCD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LED와 같은 백라이트유닛(BLU)은 30인치 LCD TV 기준으로 재료비 비중이 40%에 가까운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BLU는 대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 하에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신규 업체의 진입장벽도 높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같은 우량 대기업이 LED에 집중 투자를 준비 중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LCD 전공정 장비의 경우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일본 업체의 경우 미국 국제특허 비중이 87%에 달하지만 한국은 아직 4%에 머물고 있다. LCD 후공정 장비도 일본의 미국 특허 비중이 56%에 달하지만 한국은 10%대에 머물고 있어 새로운 공정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자본력과 연구개발력 있는 소수 대기업 위주로 집중되면서 경쟁국을 제압하는 선제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글로벌 소비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패널 사이즈와 디바이스의 다양화를 갖춘 라인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신소재·집적 기술 R&D 활성화
삼성전자는 미래형 신기술인 ‘나노 와이어’등을 이용한 고집적도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노 와이어’는 단면 지름이 1㎚(10억분의 1m) 정도의 극미세선으로 각종 신호 등을 보낼 수 있는 첨단기술로 차세대 반도체 회로 선폭을 줄이는데 적용된다.
삼성은 또한 반도체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조·설계·패키징·검사 등 전 분야에서 글로벌 정보기술 벤처와 제휴를 확대하고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이후 이스라엘의 반도체 벤처 3곳과 각종 제휴를 집중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은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을 위한 제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어 향후 지속적인 글로벌 벤처 인수 및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은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수 있는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시스템 반도체 등이 향후 5년 안에 주력 수익사업 지위를 꿰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익률이 하락한 D램 등은 아웃소싱 등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하이텍과 하이닉스 등은 반도체업계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뛰어넘는 성장동력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도 병행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 특검’이 조기 마무리되는 대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신성장동력 조기발굴 및 육성 지시에 따라 2008년부터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전자부품·소재·화학, 기계·생산기술, 디지털, 에너지환경·건강 등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기술 분야에 연구개발(R&D) 지원을 꾀한다.
삼성그룹의 주력 성장업체인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프린터, 시스템LSI(비메모리), 와이브로, 태양전지·연료전지, 바이오칩(바이오 헬스), 로봇사업 등을 6대 신성장엔진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한 R&D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기는 광, 무선 고주파, 소재 등 3대 전략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차별화 기술을 선정해 R&D를 강화하고 재료·공정·설비 기술 등 원천 기술 확보에 역량을 더욱 집중한다.
LG그룹은 태양광 사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 R&D에 집중한다. 또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사업 및 빌트인 가전, LG필립스LCD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 분야의 R&D도 활성화된다. LG전자는 지열, 천연가스, 바이오 에너지 등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 냉난방 등 에너지 시스템의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업체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함께 몸집 키우기를 향후 5년래 마칠 계획이다. 또 비수익 사업은 과감히 접기로 했다.
정부도 중국의 급성장에 따라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고전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넛크래커’ 등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15개 차차세대 전략기술 분야를 선정, 육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요 산업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15개 차차세대 전략기술 분야를 선정, 특성에 맞게 지원하는 전략기술 개발사업을 추진, 국가 기술개발의 우선순위와 투자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민간의 관련 분야 투자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15개 전략기술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조선, 바이오, 차세대 로봇, 디지털 컨버전스, 차세대 의료기기, 나노기반, 생산기반, 청정기반, 지식서비스기반, 섬유의류, 생산시스템, 화학공정소재, 금속재료 등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도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80년대 반도체에 투자했던 것처럼 혁신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