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좋은부작용’으로 성공한..‘약트리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28 16:03

수정 2014.11.07 09:44



팔방미인 의약품인 바이엘의 ‘아스피린’, 엘러간의 ‘보톡스’, 릴리의 ‘프로작’에겐 닮은꼴이 하나 있다. 그 정답은 약 개발 과정에서 엉뚱한 효과가 발견돼 원래 목적과는 다른 약으로 변신해 성공한 약이다. 즉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로 인해 각광을 받는 약이 된 것이다.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에서 심혈관 질환 예방제로, 보톡스는 눈꺼풀 경련 치료제에서 주름제거제와 소아마비 치료제로 각각 쓰이고 있다. 항우울제로 출발한 프로작은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세기를 뛰어넘는 명약, 아스피린

1987년 바이엘의 연구원이었던 펠릭스 호프만(Felix Foffmann)이 기원전 5세기경부터 해열과 진통제로 쓰였던 버드나무 껍질로부터 추출한 즙의 성분인 살리실산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해 최초의 아스피린을 탄생시켰다.

출시와 동시에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소염제로 인정받다가 20세기 초에는 독감 증상을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보이면서 필수의약품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현대 들어서는 아스피린이 혈전 생성을 억제하여 궁극적으로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해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1970년대 후반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 예방 의약품’이 되었다.

이 용도의 아스피린은 진통·해열제로 사용되는 아스피린과 용량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진통제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경우 500mg의 고용량이지만 심혈관 질환 예방제인 아스피린은 100mg의 저용량이다.

최근엔 아스피린이 결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보톡스, 소아 뇌성마비 치료제로

주름제거 등 미용성형에 필수품이 된 보톡스는 원래 사시 또는 눈꺼풀 떨림증 치료제였다. 보톡스는 80년대부터 눈꺼풀 떨림증·사시 치료제로 개발된 ‘보툴리눔(Botulinum)’의 엘러간社의 약품명으로 지난 1989년 주름제거제로 FDA 승인을 받은 후 ‘미용개선제’의 보통명사화된 제품이다.

보톡스가 주름살 치료제로 이용된 것은 1987년 캐나다의 한 안과의사가 환자의 눈꺼풀 경련 치료 도중 눈가에 있던 주름살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보톡스 신드롬’을 일으켜 국내시장에서만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주름제거 효능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현재 보톡스는 편두통 요실금 전립선 비대증 겨드랑이 다한증 등에도 효과가 입증되어 다양한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보톡스는 소아 뇌성마비로 인한 근육강직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지난 2001년 미존스홉킨스 의대 피드콕 교수가 300명의 뇌성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톡스를 시술한 결과 90% 이상이 호전됐다는 발표이후 국내외에서 소아 뇌성마비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이는 소아 뇌성마비 환자의 경직됐던 손· 다리에 불필요한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해 사지 모양을 구부러지지 않게 유지하고 이로 인한 고통도 경감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보톡스는 신경과 근육 사이의 과도한 신호전달을 차단해 사지의 긴장이 줄어들고 근육의 정상 발달도 돕는다.

■프로작, 해피드럭서 여성 필수약으로

피임약과 함께 ‘20세기 최고상품’으로 미 포춘지가 선정한 항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은 1986년 개발돼 20년동안 전세계 5000만명 이상의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된 ‘해피드럭(Happy Drug)’의 대표주자이다. 국내에선 지난 89년부터 시판되어 약 17% 내외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을 전후로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프로작의 특허가 완료되면서 시장 내 제너릭(복제약) 제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릴리는 이에 맞서 프로작의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월경전 증후군은 생리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복부팽만감, 우울증, 식욕감퇴, 두통 등의 여러 증상을 통칭하는 것으로 여성의 4명 중 3명꼴로 겪는다. 여성 5%는 가족이나 직장에서 대인관계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심하고 심지어 자살충동까지 느낀다.
프로작은 생리전 증후군으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항우울제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만회하고 있다.

/junglee@fnnews.com이정호기자

<용어해설>

■사이드 이펙트=우리말로 부작용(副作用). '부작용'하면 보통 구토, 두통 등 나쁜 것(Bad Side Effect)을 주로 떠올리지만 넓게는 주목적(主目的) 외의 모든 것 들을 포함한다.
따라서 '좋은 부작용(Good Side Effect)'을 눈여겨보면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약을 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