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김영찬 박사의 9988 건강코너] ‘남성 지루증’ 대부분 불안·부담감 때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31 16:06

수정 2014.11.07 09:39



“김 선생, 지루가 있는 것 같아. 나올 듯하면서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야. 사정이 안 되니 집사람이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어느 날 학교 선배인 K씨가 찾아왔다. 선배는 오래간만에 얼굴 한 번 보러 왔다고 하지만 정작 급한 것은 부부관계에서 이상이 있어 상담 차 온 것이다.

지루증를 호소하는 K선배는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정력이 왕성했다. 첫 부인과 사별한 후에도 가끔씩 여자관계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관리(?)를 잘한 덕분이다.

K선배는 다시 결혼을 해 늦게나마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 있었다.

현재의 부인은 폐경할 때가 되지 않아 성교할 때 분비물도 많이 나오고 성 반응도 젊은 여자 못지않은 편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30분의 성교를 하고 난 후 사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K선배는 사정을 하지 못하고 성 행위를 그만두었다.

그 후로도 사정이 되지 않는 현상이 가끔씩 생겼다. K선배는 기운만 빠지게 하는 섹스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일은 자위행위를 하면 사정이 되었다.

지루증이란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강한 근육의 수축을 동반하며 쾌감의 절정인 방사가 정작 잘 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그 원인은 대부분의 남성 마음 속에 잠재돼 있는 불안, 죄책감, 부담감 등의 정신적인 갈등 때문이다. K선배가 자위행위에서 만족을 느꼈다면 여기에 해당된다. 섹스 파트너에 따라 사정이 안 되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이와 함께 신경 이상, 당뇨병 등 신체에 적신호가 올 때에도 지루를 유발시킨다. 최면제, 아편류, 알코올, 신경안정제, 항정신병 약물, 신경계통의 약물 등도 지루 현상을 야기한다.

성교 상대의 문제로는 여자의 분비물이 너무 나오며 질이 태평양처럼 넓어져 남성이 자극을 느끼지 못해 사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지루의 치료로는 원인이 되는 신체에 이상이 있으면 이를 교정하고 사정을 지연시키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면 약을 끊도록 한다. 정신적 원인일 경우엔 불안감을 풀어주면서 성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심리 치료와 함께 약으로 치료한다.

여성이 손이나 입으로 자극하면서 서로의 성기를 애무하는 성교 기법과 여성 상위의 성교 체위를 취하는 등의 적극적인 성교 방법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교감신경 자극제를 투여할 수 있으며 삽입 전에 충분한 자극을 해 성 반응을 고조시킨 뒤 삽입하면 성공적인 사정을 할 수 있다.


한 달 후 직설적인 성격인 K선배는 싱글벙글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김 선생, 이제는 이 일로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네. 하라는 대로 하니 바로 효과가 있더군. 그것 참 신기하네. 여지껏 살면서 이런 게 병인줄 몰랐었네! ”

약과 행동 요법이 잘 들어 본인도 만족하고 부인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약이 필요 없다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듯이 한달 분의 약을 더 넉넉히 처방을 받은 선배는 안심이 된다는 듯이 진료실을 나갔다. 약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진다는 말을 남기면서….

/포르테클리닉 대표원장 youngkim2004@kor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