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외형 늘리기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주 영업을 벗어나 ‘종합 자산관리’를 내세운 중대형 증권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영업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설 증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앞다퉈 지점 개설에 나서며 경쟁은 갈수록 과열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외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작 고객들에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지점수 ‘무한경쟁’
증권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지점수 경쟁에 나선 것은 동양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달 3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점포수 146개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동양종금증권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내세워 테크노마트강변지점, 금융센터동탄지점, 울산AP지점 등 6개 지점을 추가로 오픈하면서 현재 전체 지점수 152개로 미래에셋증권(149개)을 3개 차이로 앞질렀다. 두 증권사는 올해도 지점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여 치열한 1위 다툼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신흥증권도 지점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현대차 고위 관계자가 연내 현대차IB증권 지점을 50개까지 늘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흥증권 지점수는 14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본거지인 울산 지점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충, 공격적인 고객 확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울산 맹주를 놓고 현대증권과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현대증권은 현재 총 138개 점포, 울산 지역에 10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동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지점 증설에 안간힘이다. 동부증권은 현재 32개 지점을 2008년 회계연도 안에 20여개 정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서울 수도권에 집중된 지점을 전국적으로 확대, 각 지역 채널을 확보하고 특히 금융상품을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유진투자증권도 올해 4월까지 자산관리지점을 6개 정도 늘렸고 자산관리와 영업지점을 포함 9개의 지점 확장에 나섰다. 올해 안에 자산관리와 영업 지점을 포함, 20개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이제 브로커리지를 탈피하고 자산관리를 강화하다 보니 고객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영업지점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실 없이 외형만 커질까
하지만 무분별한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너도나도 자산관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선진국과 같은 자산관리 시스템이 아직 충분히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라고 해봤자 결국 펀드 브로커리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고객만 잔뜩 확보해 놓고 개개인에 맞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제공 등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없다면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점차 심해지는 인력난도 큰 걱정거리다. 한 증권사 직원은 현재 공급부족으로 증권인력 몸값이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1년이 갓 지난 사원이 대리로 스카웃되는 등 실력 검증은 뒷전이고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몸값이 뛰고 있다”면서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서 증권사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을 무작정 막을 수 없는 감독당국도 골치다.
증권업협회 증권산업지원부 관계자는 “경쟁이 심해지다 보면 불공정 거래, 투자자 보호 등 부작용이 따라오기 때문에 법적으로 경쟁을 막을 수도 없는 감독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면서 “필요에 의해 경쟁이 커지는 것은 좋지만 경쟁의 결과가 증권업계 발전에 긍정적일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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