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복지대책 재탕 ‘이제 그만’/김한준기자

한약을 재탕할 때는 초탕보다 오랜 시간 달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재에 있는 좋은 성분을 우려내기 힘들다. 그러나 정성껏 재탕을 해도 약재의 유용한 성분이 우려나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초탕은 70%나 된다. 재탕은 달이는 노력만큼 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보건복지가족부가 2일 야심차게 발표한 ‘희망디딤돌 복지대책’도 서민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다. 복지부가 이날 내놓은 내용이 대부분 이미 예정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노인의 60%에게 준다는 내용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16만명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수 차례나 발표한 것이었다. 밤에도 일하는 부부의 보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야간 보육시설을 늘리겠다는 것도 알려진 내용이었다.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준다거나 건강보험 연체료를 내리겠다는 내용도 예전에 시행 일정이 확정됐다.
당연히 대책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도 재탕에 대한 성토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재탕 발표를 초탕인듯 포장해 발표하는 이유가 궁금해서였다. 김성이 장관은 “지난번 대책에서 진일보한 개념”이라면서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해명처럼 새로운 내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국어 교육 등을 시켜준다는 내용 등이 그렇다. 재탕이 갖고 있는 ‘20% 우려냄의 효과’인 셈이다. 한약의 약효를 제대로 얻으려면 한꺼번에 많이 달여 조금씩 데워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조금씩 재탕하기보다는 많은 양의 초탕이 낫다는 뜻이다. 정책 발표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도 발표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재탕 브리핑을 준비할 시간을 새롭게 달일 약재를 찾는 데 쓰는 복지부가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