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곡물난 시대! 쌀을 먹자] 1부 ⑧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듣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4.13 17:56

수정 2014.11.07 09:01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농림과 수산, 식품업무까지 총괄하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위상이 커지면서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운천 장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 장관은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과 ‘거북선 농업’을 통해 스타가 된 농업인 출신 장관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농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차별화 전략과 전문화, 브랜드화 등으로 성공한 정 장관이 어려운 대내외 여건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해법을 들어 보았다.

※대담:정치경제부 김홍재 차장

■“해외농업자원개발 통해 곡물확보”

우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정 장관은 밝혔다.

정 장관은 국제곡물가격 전망에 대해 “곡물가격은 올해나 내년에 정점에 올라 완만히 하락하거나 높은 가격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쌀의 경우 자급률이 95.5%에 이르고 국내외 가격차가 여전히 커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밀, 옥수수, 콩 등 자급률이 낮은 곡물은 국제가격 상승으로 축산농가와 관련산업, 가계의 부담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배합사료가격은 5차례에 걸쳐 35% 인상되면서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1조4000억원 증가했고 식료품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라면, 국수, 과자류 가격을 10∼20% 인상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 장관은 “사료구매자금 1조원 특별지원, 할당관세 인하 등으로 부담을 완화하면서 청보리, 밀 등 국내생산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해외농업자원개발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곡물확보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쌀 가공식품 등 새로운 수요창출을 통한 수입밀 대체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식량자급률이 지난 197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은 1970년 86%에서 2006년 54%로 하락했고 곡물자급률도 같은 기간 81%에서 26%로 떨어진 상태다.

정 장관은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대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주식인 쌀은 자급기반을 유지하고 자급도가 낮지만 국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콩, 조사료 등을 중심으로 휴경농지를 이용하거나 벼 후작 등을 통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바람직한 식생활 홍보와 한국형 식단의 개발 및 보급 등 소비와 조화를 통한 자급률 향상방안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정책 개발과 보전 조화”

식량자급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새 정부의 토지규제 완화 정책이 곡물비축에 역행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 장관은 “현재 추진 중인 농지규제 완화는 우량농지를 적극 보존하되 영농여건이 불리한 한계농지를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해 농촌경제 활성화와 농지보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지는 국토면적(997만㏊)의 18%인 178만㏊로 이 중 농업진흥지역의 농지가 88만㏊이고 관리지역내 평균경사율이 15% 이상인 농지 또는 집단화된 농지의 규모가 2㏊ 미만인 한계농지는 시장·군수가 고시하도록 돼 있는데 전국적으로 20만6000㏊로 추정된다.

정 장관은 “식량안보 문제는 적정수준의 자급기반 유지와 안정적인 해외 곡물 수입을 병행해 해결해 나가야 하며 향후 적정농지 보전 및 개발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농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적정수준의 자급기반 유지를 위해 농지 보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업 이외의 용도를 위한 농지 개발 수요도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농지정책은 식량안보, 농지의 비가역성(변화를 줄 경우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 세대간 자원배분 등을 고려해 개발과 보전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쌀 가공식품산업 발전방안 마련

이와 함께 정 장관은 가격이 오른 밀 대신 쌀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고품질 쌀 개발과 쌀 가공식품 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최고 품종의 개발 보급과 쌀 대표 브랜드를 집중 육성할 예정”이라면서 “새로운 쌀 소비문화에 맞춰 다양한 쌀 편의식품의 개발과 제품이 실용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밥 중심의 소비문화 감소에 따라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쌀국수, 쌀빵 등 쌀 편의식품의 연구개발과 제품의 실용화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쌀을 이용한 빵 신제품 연구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글로벌 푸드 페스티벌(Global Food Festival)을 개최해 쌀을 비롯한 우리 전통 음식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면서 “군 장병의 쌀 위주의 식단 확대와 쌀 가공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개선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농림식품부는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쌀가공식품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정 장관은 “밀가루 대체효과가 큰 면류 생산에 대해 수입 쌀을 밀가루 가격 수준으로 시범 공급해 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시설개선 및 원료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중소업체에 대한 기술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부터 신규 사업으로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 장관은 “고부가가치 국가 이미지 상품인 우리 식문화와 음식 세계화를 위해 추진체계 정비 및 실태조사, 조리법 표준화, 국내외 홍보 등 기초 작업을 수행 중”이라면서 “구체적으로는 인프라 구축, 교육 등 경쟁력 향상, 마케팅 강화 등 세 분야로 나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식세계화 포럼과 해외 한식당 실태조사 및 지역별 한식당 데이터베이스(DB)구축, 권역별(국가별) 대표 한식 표준식단 개발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랑스의 르코르동블루와 같은 대표적 한식 조리학원을 육성해 국제 요리대회 참가를 지원키로 했다. 또 국제행사 등을 통해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접촉 기회도 높일 계획이다.

■농기계 임대사업 활성화 종합대책 마련

정 장관은 농가부채 경감을 위해 농협이 중고 농기계를 매입한 후 저렴하게 임대하는 ‘농기계 임대사업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기계부채는 1조5430억원으로 이중 벼농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콤바인, 이양기, 트랙터 등 3대 기종의 농기계 부채는 77%(1조19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장관은 농기계 부채 경감을 위해 농협이 중고 농기계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농업인, 관련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농기계 임대사업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임대사업 소요예산은 농협의 신용사업 수익을 이용할 것”이라면서 “농기계 이용실태조사를 통한 농가수요와 농협의 재원부담능력 등을 감안해 농가에게 실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은 농림식품부의 역점 사업인 시·군 단위의 유통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정 장관은 “지금까지 급변하는 소비지 유통 여건 변화에 대응해 시·군 단위로 생산 조직을 계열화해 시장 교섭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이는 전문경영인의 독립적인 경영 관행이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는 “시·군 유통회사는 분산돼 있는 시·군 내 자원을 조직화, 규모화해 시장 교섭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할 예정”이라면서 “전문 최고경영자(CEO)의 독립적 경영을 보장, 지원하고 지자체, 농어업인, 농수협 등의 출자를 통해 시·군내 자원을 결집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시·군 유통회사는 정부 주도가 아닌 시·군, 지역 농수협, 농어민 등의 필요에 따라 설립하고 정부는 시·군별 산지 유통조직을 형태와 규모에 따라 유형화해 가장 적합한 형태의 설립을 지원하는 한편, 기존 산지유통 지원체계도 개편하겠다는 것이 정 장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 장관은 이달 중 3차례에 걸친 시장·군수 워크숍을 통해 세부계획을 확정, 시행할 예정이다.

■“FTA 농업 도약할 수 있는 기회”

아울러 정 장관은 중국, 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농어업 부문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생각이다.

정 장관은 “무역규모가 세계 12위인 우리나라는 경제 전체적으로는 개방 확대가 필요하지만 개방이 확대되면 농어업 부문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개방에 대한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고 농업인, 소비자,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으면 개방위기를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농어업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차 산업 중심의 농어업을 가공, 유통, 관광 등 2, 3차 산업이 융합된 산업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농어업의 패러다임을 농식품 수출 등 능동적이고 공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jkim@fnnews.com

■사진설명=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13일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청보리, 밀 등 국내 생산 확대 및 해외농업자원개발 등 국제 곡물가 급등에 따른 안정적 곡물 확보 대책을 밝히고 있다.

■약력 △54년생 △전북 고창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한국참다래협회 초대회장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이사 △신지식농업인 선정 △대불대학교 겸임교수 △대통령 직속 농특위 산하 쌀유통혁신협의회 의장 △한국농업CEO연합회 회장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응용생물학부 겸임교수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