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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감면 시행후 6억이상 매물 2배이상 늘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4.17 20:29

수정 2014.11.07 08:08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20년 이상 살아 온 박우진씨(58·가명)는 살고 있던 미도아파트 185㎡를 지난달 말 24억원에 팔았다. 20년 전 이 아파트의 취득가액은 1억2795만원, 양도차익만 2억2689억원이나 된다. 박씨는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된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 양도소득세 특별공제 혜택을 80%까지 받아 1억882만원의 양도세를 냈다. 기존 장기보유자 양도세 최대 공제율인 45% 기준을 적용받았다면 3억2108만원을 내야 했다. 2억1226만원 정도 세금을 덜 낸 것. 박씨는 현재 일산의 대형 평형 아파트로 이사갈 준비로 바쁘다.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된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 양도세 특별공제율 80% 확대’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 고가주택 장기보유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어서다. 다만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거래는 여전히 뜸한 편이다.

■6억원 이상 장기보유 1가구1주택 매물 증가

17일 6억원 이상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소 및 닥터아파트 등에 따르면 1가구1주택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강남지역 중개업소엔 6억원 이상 매물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의 회원중개업소 매물 동향에 따르면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 특별공제가 확대 실시된 지난달 21일부터 현재까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의 6억원 초과 아파트 매물은 4719건이나 등록돼 있다. 이는 2월 21일부터 3월 20일까지 등록된 2208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지난해와 올해 이 지역의 월평균 6억원이상 매물 등록건수는 월 2000건 수준이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장기보유 특별공제에 해당하는 6억원 이상 매물이 급증했다”면서 “장기보유에 따른 양도세 특별공제율 확대로 인한 매물인지 구체적인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지만 매물 증가에 상당수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지역 중개업소나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확대에 따라 양도세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는 “지난달 말부터 하루에도 꾸준히 장기보유 특별공제로 인한 양도세 부담을 상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토마토공인 김성일 사장은 “20년 이상 집을 가지고 있던 매도희망자들이 양도세에 대한 부담 없이 매물을 내놓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급매물로 팔긴 원하지 않아 가격 하락 추세는 없고 거래는 잘 안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양도세 공제 폭이 늘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 주택 장기보유자들이 수억원씩 내린 급매물로 팔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미도아파트 등을 주로 거래하는 대치동 프라자공인 관계자는 “최근 매물은 늘어났어도 급매물은 없고 거래는 거의 안된다”면서 “담보대출 비율을 풀지 않는 한 매수세가 따라오지 않아 거래는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 늘지만 거래 마비는 여전

실제로 지난달 21일부터 강남구에 실거래 신고된 6억원 이상 주택은 현재까지 258건에 불과해 그 이전 한 달(2월 21일∼3월 20일) 실거래 신고건수인 314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송파구에도 같은 달 21일 이후 현재까지 6억원 이상 고가주택 신고량이 117건으로 그 이전 한 달 118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은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매매 후 15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


송파구 토지관리과 주창수 팀장은 “복덕방만 1600여개나 되는 송파구에서 고가주택의 한 달 거래건수가 117건이라는 것은 거래가 거의 없다는 의미”라면서 주택시장의 ‘동맥경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6억원 미만 1주택자들은 3년이 지나면 양도세를 면제받지만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소유자는 1가구1주택자라도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해 거래가 안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3년 이상 보유 시 매년 4%포인트씩 공제율을 높여 20년이 되면 80%까지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대책을 지난달 21일부터 실시, 장기보유 1가구1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jumpcut@fnnews.com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