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버지 최용준씨의 시간은 2000년 4월 4일에서 멎었다. 영리하고 자기 주장이 분명했던 딸 준원양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로 그 시간이다.
“그때 우리 준원이가 만으로 다섯살이었으니 지금은 열세살이 됐겠네요. 예쁜 사춘기 소녀로 자랐을 텐데….”
그에게 남은 건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염광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준원이가 누군가를 따라갔다는 제보뿐이다.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으로 준원이를 찾아나섰다.
“우리 준원이는 체격이 참 작았습니다. 아마 지금도 또래보다 작을 거예요.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죠. 어금니는 전부 은색으로 도금돼 있고 눈썹이 밑으로 처진 편입니다.”
그는 2년 전 국내 실종아동 전문기관과 함께 캐나다에 갔다. 선진국에선 어떤 시스템을 이용해 실종아동을 찾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어느 나라든지 아동 대상 범죄가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죠. 우리는 부모들만 발을 동동거리 지 정부가 합심해 도와주는 법이 없어요. 하지만 그 곳은 달랐습니다. 지역사회부터 경찰, 정부까지 한 마음이 돼 실종아동을 찾는데 힘을 모으더군요.”
그에겐 둘째였던 준원이 말고도 다른 두 딸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큰딸과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딸이 얼마나 예쁘고 착한지 모른다면서도 이내 ‘준원이가 얼른 돌아와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정말 저희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나라의 방침이 바뀌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될 겁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