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퇴진함에 따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에 공식적으로 삼성의 수장이 됐다.
이수빈 삼성생명회장은 삼성을 대표하는 원로급 최고경영자(CEO)다.
이 회장은 지난 65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77년 제일모직 대표이사에 오르는 등 증권, 생명 등 금융 계열사 CEO, 그룹 비서실장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사장 경력만 20년이 넘는 이 회장은 선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신임받던 경영진으로 재임 중 최고참이다. 이건희 회장한테서도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다.
특유의 외유내강 스타일로 임직원들에게 정이 많은 반면 업무에 관해서는 매우 혹독하다는 게 이 회장을 보필했던 임직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요즘도 자신과 같이 근무했던 퇴임 임원들을 꼭 불러서 식사를 챙긴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한다.
이수빈 회장은 화력한 경력과 별개로 매우 검소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 회장은 계열사 가운데 유독 삼성생명과 인연이 깊다. 삼성생명에서 85년부터 90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그룹 비서실장을 했다.
삼성증권 대표이사 회장을 거쳐 지난 95년부터 2002년까지 삼성생명에 다시 부임해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이수빈 회장은 89년 동방생명을 삼성생명으로 바꾸었으며 삼성생명의 고객섬김 경영의 원조였던 보험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삼성생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그룹 내 사업부문별로 실력과 경륜을 갖춘 8인의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수장을 맡아 그룹의 각종 현안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수빈 회장의 이런 다양한 경력과 특유의 친화력 등으로 인해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가는 등 국내에서 자리를 비울 경우 이 회장을 대신해 이수빈 회장이 각종 행사를 주관토록 했다.
이순위덕(순리를 좇아 덕을 쌓는다)의 좌우명을 갖고 있는 이수빈 회장은 부인 정영숙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이수휴 전 은행감독원장,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 등과 친분이 깊다.
1979년 은탑산업훈장, 1996년 대한민국기업문화상 대상, 1998년 한국능률협회 한국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toadk@fnnews.com 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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