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 출신으로 해외시장에서 성공한 ‘토종 디자이너 1세대’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최대 디자인전문회사 티그에 입사해 화제를 모은 젊은 디자이너 이석우씨(30)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이씨는 오는 10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대학 강의, 포트폴리오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낼 계획이다. 지난달 말에는 존 버렛 티그 회장의 첫 방한에 맞춰 국내 강연 준비, 인터뷰 약속 등 모든 일정을 관리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이씨를 만나 해외 진출 디자이너로서 자부심과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
이씨는 “한국인은 조형이나 데생 등 기본기가 강한 반면 미국인들은 창의적 발상을 많이 낸다”며 현지에서 경험한 차이를 먼저 말했다. 그는 “기본기가 강하고 디자인 결과물(아웃풋)을 즉각 내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한국인들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국내 기업에서 1년간 근무하다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티그에 입사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로 매년 수백명이 유학을 떠나는 상황에서 유학은커녕 어학연수조차 하지 않은 그는 티그에 성공적으로 입사했다. 티그는 디자이너 숫자만 240명으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디자인전문회사로 보잉,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 유력 기업들의 제품 디자인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미국 디자인과 졸업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전문회사를 선호한다”면서 “국내 학생들도 미국이나 유럽쪽 디자인회사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학 졸업작품인 CD플레이어 설계가 미국 최고의 디자인 공모전인 ‘IDEA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그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니 해외에 나갈 기회도 많아지고 인맥도 쌓게 된 것이 해외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단순히 명함 교환에 그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메일로 보내며 친분을 쌓는 등 적극적인 자세 덕분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80년대 말부터 선배 디자이너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지만 현지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취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후배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꿈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늙어서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무를 계속하고 싶다”며 “경영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yangjae@fnnews.com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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