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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논술] 세상을 수학적 원리로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07 16:48

수정 2014.11.07 05:32



늦은 밤 높은 빌딩에 올라가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미등(尾燈)을 바라보면 이곳저곳에서 움직이는 빨간색 불빛의 경로가 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왜 곧바로 진행하지 않을까? 누구나 알다시피 물속에 반만 담근 젓가락은 경계면에서 꺾여 보인다. 또한 전문 라이프가드(life-guard)는 물에 빠진 사람을 향해 똑바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틀어진 방향에서 접근한다. 우리는 외부로부터 힘을 받지 않는 물체는 직선으로 운동하며 빛 역시 직진하는 성질을 가진다고 배웠다. 숟가락, 빗방울, 야구공까지 (보는 각도에 따라) 종류를 불문하고 직선으로 땅에 떨어진다.

위의 사례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경로가 선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최소 시간의 원리’라고 부르는데 이 원리가 관찰되는 사례는 무궁무진하여 반례조차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이유 혹은 다소 느리게 가면 안 되는 이유’는 증명하기 어렵다.

동물의 다리를 세어보자. 영장류는 2개, 기타 포유류는 4개, 곤충은 6개, 거미는 8개이며 심지어 환상(環象)의 다리를 지닌 문어는 10개다. 3개나 9개라는 홀수의 다리를 가진 동물은 상상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모든 동물의 다리는 짝수 개다”라는 주장을 믿게 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각종 노래기나 지네를 두고서도 홀수는 고려하지 않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홀수 개의 다리가 허락되지 않는 이유’는 증명하기 어렵다.

동양인 아이라면 누구나 도화지에 사람의 모습을 그릴 때 머리 색깔을 검게 그릴 것이다. “머리칼은 가늘지만 질기다”와 “머리칼은 검다”라는 표현은 머리칼에 대한 서로 다른 개념-인장강도와 색-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개념이 머리칼을 뛰어넘어 철사, 거미줄, 탄소나노튜브 등 다른 사물들에까지 확장될 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가령 물체를 쪼개 선분을 만들고, 그 선분의 인장강도와 선분들 간의 관계를 통해 물체의 단단함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을 세운다고 가정하자. 틀림없이 연구자의 눈에는 세상이 선분이라는 블록으로 만들어진 구성물로 보일 것이며, “세상이 선분으로 설명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 할 것이다.

‘자연 현상의 수학적 원리’ 혹은 “자연 현상은 항상 수학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라는 관점도 마치 이와 같다. 어떠한 개념이나 언어를 모르면 그러한 개념이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심지어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연 현상에 내재하는 수학적 본성으로 보아 신이 수학자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면, 만물의 색을 보고 신이 화가일 것이라는 주장이나 신의 장난감은 선분일 것이라는 주장을 또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신을 위대한 수학자로, 우리를 그의 충실한 제자로 보는 관점이 현대 문명의 초석을 세웠다.


따라서 ‘자연 현상의 수학적 원리’는 자연 현상이 수학이라는 언어로 세워진 것임을 선언한다기보다는,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 현상을 묘사하고,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예를 들어 모든 주기적 운동이 동일한 형태의 주기 함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각각의 주기성은 서로 다른 원리에 의해 나타나지 않은가.

―백광현,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