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과 5개 사업체를 거느린 지주회사.’
통신장비 업체 SNH 임대희 대표가 10년 후 상상하는 SNH의 모습이다.
임 대표는 그 첫발로 패션브랜드 업체 ‘에이든’을 지난해 4월 설립했다. 기존 업체를 인수해 의류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에이든에 그의 희망을 담았다. 그는 에이든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 1차 목표다.
통신장비 업체가 의류 사업을 하는 것이 ‘생뚱맞기’도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의류사업과도 무관치 않다.
임 대표는 SNH가 안정궤도에 올라섰지만 ‘위기’를 입버릇처럼 임직원들한테 말한다.
“우리같이 정보기술(IT) 제품을 다루는 회사는 본질적으로 기업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바뀝니다. 특히 업황이 주기적이다 보니 제품 생명력이 짧죠. 그래서 위기에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의 화두처럼 안주하려는 유혹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 모험을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이 때문에 임 대표가 요즘 제일 고민하고 있는 것도 통신장비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성장동력을 찾고 있고 인수합병(M&A)에 오픈돼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또 비슷한 업종뿐 아니라 타 업종도 폭넓게 보기 위해 전기전자, 수출입업 등을 사업목적을 추가해 놓은 상태다.
“증권사들로부터 오퍼(제안)가 많이 들어오는 데 매력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력적인 물건이 나오면 언제든 인수할 준비는 돼 있습니다.”
임 대표는 ‘위기’라는 화두만큼이나 배운 전략적 사고도 항상 되뇐다.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전략적 사고가 꼭 필요합니다. 영업보다 중요한 게 전략적 사고”라고 말한다. 그는 향후 시장이 매력적인지, 경쟁력은 충분한지, 개인적 열정과 관심이 있는지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의사결정하기보다는 체계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이 회사 경영의 기본으로 보고 있다.
임 대표가 통신장비에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 유학 시절이다. 당시 텔레콤 관련 박람회에서 참관하러 갔다가 구리통신망에서 광통신망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97년 곧바로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외환위기 한파에서 그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SNH 전신인 레텍을 설립한 것은 2000년이다. 귀국 후 공기업구조조정 컨설팅(IDS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KT(옛 한국통신) 전송장비가 국산화로 대체되는 것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때는 한화정보통신, LG정보통신, 대우통신, 삼성전자 등이 통신사업부를 철수하는 상황이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분야로 재편되는 시기였다.
레텍을 세운 후 2001년 말에 국내 최대 기간 통신사업자인 KT의 BMT를 통과해 2002년 6월 장비공급을 시작할 때까지는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카드깡도 했을 정도다.
“사업을 하면서 지금도 제일 기억이 남는 때는 첫 입찰을 따냈을 때입니다. 우리 회사가 열심히 일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임 대표는 통신장비 시장의 기술장벽은 높지 않지만 ‘영업장벽’이 존재한다고 한다. 선두업체로서 사업초기에 납품할 수 있는 대상업체로 선정되지 못하면 이 시장에서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기술장벽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업체들이 영업하려고 하기 때문에 영업장벽이 있습니다. 특히 타이밍 싸움이 중요한데 선발업체로서 이점이 있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임 대표는 ‘사장이면 영업을 100%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영업의 왕도라고 강조한다. “가식 없이 진심으로 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또 좋은 팀워크를 유지하면 결과는 좋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임원과 팀장에게 역할과 책임을 전적으로 맡기며 일선 직원들에 대해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는 것도 팀워크를 위해서다. 일선 현장에서 영업맨으로서 빠른 의사결정과 집행이 주무기라는 사실을 공유하기 위한 부분과 내외부적인 조직구조를 설립 초기부터 매우 절실하게 고려한 결과다.
임 대표는 지난 2004년 3월 위자드소프트를 통해 레텍을 우회 상장시키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 이후 2005년 3월 상호를 SNH로 바꿨다.
현재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SNH의 통신장비사업의 제품라인업이 내년 상반기쯤에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외시장 진출 노력도 조만간 열매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grammi@fnnews.com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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