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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금증권 수수료 인하 ‘가시방석서 웃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18 22:02

수정 2014.11.07 04:19

증권사들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붙은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증권사들은 고객 뺏고 뺏기에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로 ‘눈치보기’도 극에 달했다. 제살깎기 소모전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대형 증권사까지 번지고 있는 수수료 인하 경쟁. 모든 것을 감수한 만큼의 성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지난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수혜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큰 힘을 실어 주었다는 평가다.

■신규 계좌 매일 1000개씩 늘어

동양종금증권은 지난달 18일부터 온라인 주식위탁매매 수수료율을 전격 인하했다. 은행개설계좌의 경우 0.015%, 지점개설계좌의 경우 0.019%를 적용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수수료 인하 이후 일평균 1000개 이상의 계좌개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전보다 두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회사측 관계자는 “3주간의 짧은 기간이라 구체적인 데이터 산정이 어렵다”면서 “하지만 일평균 1000개 이상의 신규 계좌가 개설되고 있고 온라인 위탁매매계좌 시장점유율은 10% 이상 증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가장 먼저 업계 최저 수수료율(은행개설계좌 온라인 수수료 0.015%)를 선언한 하나대투증권 ‘피가로’ 역시 일평균 위탁매매 계좌개설 수는 700여건으로 급증했다. 수수료 인하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경쟁사 진입으로 인기는 초반보다 시들해졌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다른 경쟁자들이 진입하기 전인 초반 1주일가량은 일평균 계좌개설 수가 1000여건이 집계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690건, 722건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증권사는 현상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6일부터 수수료율을 0.015%로 인하한 키움증권은 지난 1∼4월 일평균 계좌개설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 5월 초 타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소식에 일평균 계좌개설 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수수료 인하 이후 평균 수준으로 회복했을 뿐 계좌 개설이 늘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성과 좋지만 마음은 ‘가시방석’

동양종금증권은 은행개설계좌에 제한하지 않고 업계 최저 수수료를 지점개설계좌까지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30만명을 넘어선 CMA 고객과 156개를 넘어선 지점망이 큰 힘이 됐다. 동양종금증권 CMA 계좌는 종금형이기 때문에 동양종금증권을 통해 주식매매를 하려면 따로 위탁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두 계좌는 수시로 이체가 가능하다.

회사측은 “특히 지점계좌개설분에 대한 수수료 인하는 230만명이 넘는 CMA 고객들 중 키움 등 저렴한 온라인 증권사 계좌를 동시에 갖고 있는 고객이 많았다”면서 “이번 수수료 인하로 CMA 고객 10%만 주식거래가 활성화돼도 큰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종금증권 입장은 사실 ‘가시방석’이다.
수수료 인하 성과에 대한 언급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업계 최저 수수료의 포문을 연 것은 하나대투증권이지만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본격적인 불을 댕긴 것은 사실상 동양종금증권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고위 관계자는 “브로커리지 비중이 작은 동양종금증권이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면서 온라인 증권사는 물론 타 증권사에 위협이 됐을 것”이라며 “하나대투의 수수료 인하는 동양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최대 수혜 증권사가 됐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