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利水)=수리시설을 잘해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음, 또는 그런 일’, ‘치수(治水)=물을 잘 이용함.’
국어사전에 나오는 이수와 치수의 뜻이다. 두 용어를 합치면 “물을 다스려 잘 쓰는 것”이다. 사전의 정의대로라면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이수(물류와 관광)와 치수(홍수 예방)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두 가지 개념이 혼합된 사업이다.
그런데 줄곧 이수 차원의 물류·관광 효과에 대해서만 얘기하던 청와대와 정부가 갑자기 치수 개념을 들고 나왔다. 강 유역에서 홍수도 나고 수질도 나쁘니 정비(치수)를 하면 홍수도 예방하고 수질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수 효과로는 대운하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대운하=치수사업’ 개념만 정립하면 대운하의 반대 여론이 크게 줄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전문가는 대운하의 치수 효과에 대해서도 고개를 젓고 있다. 운하를 놓으면 오히려 수질오염, 홍수 피해 등의 환경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치수라는 개념을 내놓은 것은 대운하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치수 효과를 강조한 것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술이 아니라면 대운하의 경제성을 보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일 수 있다. 사업성이 없는 운하사업에 치수 개념을 접목해 정부 재정을 투자하려는 것이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경제적으로 빼먹을 게 없는 터널구간 공사를 뒤로 미루려는 움직임도 사업성 보강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만일 이런 의혹이 억측이라면 정부는 대운하가 경제·환경적으로 손실이라는 수많은 주장과 외국 사례를 뒤엎을 수 있을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victoria@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