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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경기 회복 청신호?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28 22:46

수정 2014.11.07 03:11

라스베이거스,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주택시장 침체 진원지 역할을 한 일부 지역 주택매매가 지난달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 바닥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저가 매물에 대한 입질이 시작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조짐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희망의 단초가 나타나는 곳은 미국인 8명 가운데 1명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4월 주택거래는 30개월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전년 동월 비 2.5% 증가했다. 대신 거래가는 급락해 지난해 4월보다 32% 폭락한 40만3870달러에 중간가격이 형성됐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CAR)는 4월 집값 하락 폭이 30여년 만에 최대 폭이라고 지적하고 공매에 부친 집들이 가격 하락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올 들어 공매로 나온 집들은 약 3만호로 미국 내 최대 규모다.

무디스닷컴 이코노미스트 셀리아 천은 “은행들이 담보로 잡은 집들을 털어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최대 40%까지 집값을 떨구고 있다”면서 “집값 폭락은 특히 캘리포니아주처럼 집값이 높아 내집 마련이 어려운 곳에서 매수자들을 끌어모으는 확실한 유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 실러 주택가격 지수 공동 개발자인 칼 케이스는 “공매로 주택 재고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가격이 떨어지면서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시기도 일러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은행들은 머뭇거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주택을 시장에 내놓고 처분하고 있으며 이는 가격 조정이 더 급속히 이뤄지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4월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새크라멘토 지역의 주택거래가 20% 급증했다. 이들 지역은 주택공매 톱10 지역이다.

공매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급락과 주택거래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주택소유주들의 사고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지는 이날 주택시장 이코노미스트인 토머스 롤러의 말을 인용해 “주택 판매자들이 (더 이상 높은 가격을 고집하지 않고 가격 하락을 수용하는) 수용모드로 돌입했다”면서 “이는 시장에 들려오는 첫 번째 희소식”이라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텍사스주 댈러스처럼 소폭이기는 하지만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지역도 나타난다.

샬럿의 3월 집값은 2월에 비해 0.8%, 지난해 3월에 비해서는 0.2%올랐고 댈러스 집값은 전년 동월 비로는 3.3% 하락했지만 2월에 비해서는 1.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주택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S&P 주택지수 책임자인 데이비드 블리처는 “주택시장에 쌓여 있는 막대한 재고물량을 감안할 때 시장이 바닥에 접근했다고 확신하기는 무리”라며 “시장이 바닥을 찍으려면 최소한 수개월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주택시장 상승세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에 비해서는 여전히 60%가량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시장 회복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 전체로는 집값이 정점이었던 지난 2006년 2·4분기에 비해 16% 떨어졌지만 지금보다도 더 떨어져야 가격 부담을 덜 것이라는 말이다.

저널은 상당수 분석가들이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기 전에 지금보다도 10% 이상 더 떨어져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저널은 공매에 따른 매도물량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는 반면 주택대출 기준은 더 까다로워져 시장 물량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가 악화하는 것도 주택시장 회복 걸림돌이다.


이날 콘퍼런스보드 조사에서 설문에 답한 소비자들의 2.1%만이 앞으로 6개월 안에 집을 살 계획이 있다고 밝혀 4월 조사 당시의 2.5%, 3월 3.4%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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