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아남자” 건설사의 외침/김관웅기자

얼마 전 한국주택협회의 마케팅담당 임원회의가 서울의 모 식당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미분양 대란 등으로 건설업체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는 데도 정부가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며 사정을 외면하는 듯한 정부를 집중 성토했다. 사실 요즘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만나면 누구나 이런 다급한 사정을 얘기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업체 한 임원은 “제발 입주(예정)자 동호회의 민원에 시달려봤으면 좋겠다. 입주가 가까워졌는 데도 계약률이 거의 제로라서 입주자동호회조차 없다”면서 “견본주택에도 예전엔 청약은 안 해도 화장지라도 타가려고 줄을 섰었는데 요즘엔 온갖 행사를 동원해도 방문객 모시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이날 돌린 술잔의 건배사도 술자리를 파할 때까지 한결같이 “살아 남자”였다고 한다.
주택 경기가 이제 종착역까지 온듯하다. 요즘 건설사엔 미분양에 이은 ‘미입주 대란’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미입주 대란은 최근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 부푼 마음에 2년여를 기다렸지만 정작 살던 집이 안 팔려 잔금을 마련 못해 입주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계약금과 중도금 외에 생돈까지 투자해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은 잔금은 고사하고 대출을 알선한 입주예정자분 중도금까지 대신 갚아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자금난이 심한 일부 건설사는 입주지연에 따른 계약해지 물량과 초기 미분양물량을 ‘땡처리’ 업체에 헐값에 넘기며 연명하고 있다.
“피땀 흘려 지은 아파트를 분양가격보다 30∼40%나 싼 값에 땡처리 업체에 넘길 땐 정말 가슴 아프죠.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 손실 계산은 사치입니다. 무조건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요”라고 말하는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의 절박한 심정을 정부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