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파행 국회,野는 무조건 등원해야
18대 국회가 초장부터 파행이다. 현행 국회법은 임기 개시 후 7일 안에 첫 집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늦어도 어제(5일)까진 첫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은 등원을 거부했다. 이로써 18대 국회는 출발부터 ‘위법’의 오점을 찍었다. 임기 내내 파행으로 얼룩진 17대 국회와 다를 바 없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정치는 3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선언을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곤두박질치고 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으니 한층 기세가 올랐을 것이다. 장외투쟁에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빗발친다 해도 의원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쇠고기 협상만 해도 그렇다. 하루속히 원을 구성하고 관련 상임위를 여는 게 순리다. 거기서 관련 장관들을 불러 조목조목 따지고 질책하면 된다. 또 전 국민의 건강이 걸린 그토록 중차대한 문제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 차원의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하는 게 성숙한 국회의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장외투쟁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독재 시대 민주화 투쟁도 아니고 의원들이 지금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어느모로 보나 옳지 않다. 계속 등원을 거부할 경우 시류에 편승해 촛불 옆에서 ‘곁불’ 쬔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 관련 법안이 수북히 쌓여 있다. 쇠고기도 중요하지만 물가도 중요하다.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유값만 해도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유류세를 제대로 내릴 수 있다. 허술한 물가대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법안 처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5일 BBK 사건을 비롯한 대선 관련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말했다. 경색 정국 타개를 위해 야권에 일종의 성의 표시를 한 셈이다. 이로써 등원 거부에 비판적인 민주당 내 온건파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사실 등원은 정치적인 거래 대상이 아니다. 의원은 의회에서 싸우는 게 정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