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인플레 압력 잡기 늦었다”

각국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대응이 늦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지가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타임스는 이날 렉스칼럼에서 각 중앙은행이 물가상한선을 정하고 관리해 왔지만 최근 급속한 유가,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 같은 정책 억제치가 유명무실해졌다면서 그 결과 각 경제주체가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를 불신하게 됨으로써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부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여 놓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각국 물가 정책 상한선 넘어
각 중앙은행은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 신선식품을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물가지수를 들이대며 물가가 비록 정책상한선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은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그러나 에너지, 신선식품 가격변동이 오르내리는 변동을 겪는 것이 아니라 주로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상승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게 타임스의 지적이다.
주요국 가운데 정책 상한선 안에서 물가를 붙잡아 둔 곳은 캐나다가 유일해 지난 4월 연율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정책 상한선 2.0%를 충족하는 1.7%에 그쳤다.
반면 한국의 경우 5월 CPI가 목표치 3.0%를 크게 넘는 4.9%를 기록했고 영국은 상한선 2.0%보다 1.0%포인트 높은 3.0%(4월), 유로권도 2.0%를 넘는 3.3%(4월)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아이슬란드의 경우 정책 상한선은 2.5%이지만 5월 CPI 오름세는 연율기준으로 12.3%에 이르러 정책 목표치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타임스는 중앙은행들의 물가 대응이 늦어져 이같이 인플레이션이 정책 상한선을 훌쩍 넘어버리면 중앙은행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무너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노동자는 물가 오름세를 예상해 더 많은 임금을, 기업들은 더 높은 소비자가격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결국 연쇄적인 물가 오름세로 이어지게 된다.
이른바 2차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성장둔화 속에서 물가가 뛰면서 중앙은행들이 성장이냐 물가 관리냐를 놓고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금껏 세계 경제성장 엔진 역할을 해 온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 국가들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들 국가의 성장세도 주춤거릴 전망이다.
이는 세계 경기둔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도 금리인상 동참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은 11일 밤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7.75%에서 8.0%로 0.25%포인트 인상해 중국, 브라질, 러시아의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인 레포금리를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RBI는 장 마감 뒤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예상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긴급한 대응(기준 금리 전격인상)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12일 인도중앙은행을 포함한 브릭스 중앙은행들의 물가관리를 위한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기둔화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신용시장 붕괴와 경기둔화로 비틀대고, 유럽경제는 둔화세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의 절반을 담당했던 이들 브릭스 국가의 금리인상은 결국 경기둔화로 이어지고 세계 경제가 더 둔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이다.
얼리지언트 인터내셔널 에쿼티 펀드의 펀드매니저 마틴 슐츠는 “미국과 유럽경제가 둔화되는 때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세계경제 성장세는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한편 스탠다드 차타드 뭄바이의 슈치타 메타 이코노미스트는 “불과 한달 전만 하더라도 각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보다 성장둔화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러나 최근의 급속한 국제유가 상승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