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촛불집회의 방향전환을 우려한다

파이낸셜뉴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지난 주말 촛불집회 의제에 공공부문 민영화 등 정부의 정책 전반을 포함키로 결정함으로써 당초의 ‘순수성’을 상실하게 됐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았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 담보요구’가 일정 수준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광우병 대책위의 방향 전환은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시민의 뜻을 빌미로 정치적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우려할 만한 사태의 전환이다.

대책회의의 이 같은 결정은 촛불집회에 합류하는 각종 이익단체가 늘어난 게 주요인이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노동계와 반미성향의 재야단체, 운하 반대를 주장하는 환경단체까지 다양한 집단이 결집했다. 집회 초기만 해도 드물던 정권퇴진 요구가 이제는 ‘고정 메뉴’로 등장했고 대책회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반정부 투쟁’을 선언한 셈이다. ‘선출된 권력’을 뿌리째 뽑아 버리려는 그들의 주장이 ‘촛불집회’의 순수성에 상처를 남길 여지가 커졌다.

대책회의는 방향 전환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참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미 인터넷엔 전면 투쟁이나 정권 퇴진요구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했던 진보세력들이 애초부터 정권 반대를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보인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할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시위 현장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게 대책회의의 진단이지만 ‘반정부 투쟁’으로 전환할 경우 과연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촛불집회가 지속되는 동안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통상본부장이 미국을 방문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재협상에 준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게 한국 측의 전략이고 아직 협상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차분히 정부의 노력을 지켜봐야 할 때다. 먹을거리의 안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순수한 외침을 이용, 전리품을 챙기려는 이익단체들은 비난받아야 한다. 이들의 행위는 불과 100여일 전 현 정부의 ‘각종 선거공약’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의지를 무시하는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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