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은) 지금부터가 걱정입니다. 레미콘 반입이 중단되면 손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B건설의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현장 관계자) "보시는 대로 건설현장에 자재 등의 반입 사정이 너무 안 좋습니다. 자꾸 이런 걸 보도하시면 오히려 현장은 더욱 어려워집니다."(P건설의 현장 관계자)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은 건설(기계)노조의 파업을 하루 앞둔 15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이들 건설사 현장 사무실에선는 건설노조 파업 예고로 공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며 불안감에 휩싸인 가운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공사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공정회의가 이어졌고 건설기계 대체 투입방안을 모색하는 데도 분주한 모습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그나마 자재를 미리 반입해 놓아 어느 정도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레미콘차와 덤프트럭, 굴착기, 펌프카 등 건설기계는 현장을 움직이는 '필수' 기계인 만큼 파업에 들어가면 현장이 '올스톱'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현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보름 이상 파업 땐 공기 지연 불가피
동판교(경부고속도로 기준 동쪽)에서 B사가 시공하는 A22-1블록은 1200여가구의 대단지 공사며 현재 공정률이 50%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하지만 건설기계노조가 본격 파업에 돌입하면 당장 공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얘기다. 현장 관계자는 "골조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어서 레미콘이 매일 들어와야 하는데 레미콘차가 파업을 하면 당장 현장을 쉴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필수장비인 굴착기와 덤프트럭마저 파업에 들어가면 현장은 올스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근 P사의 아파트 건설현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이 현장은 골조공사는 마쳤지만 화물연대 파업 이후 마감재 반입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장 마감과 조경공사 등도 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사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보이는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지금은 할 말이 없으니 다음에 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손실보전 누가 해주나" 전전긍긍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이번 파업의 장기화로 공기가 지연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경우에 대한 책임소재 여부 등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설계시공 일괄수행(턴키)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공기 지연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판교신도시의 P사 건설현장 인근에는 대형 건설사인 H사와 중견사 H·B사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시공하고 있지만 공정률은 현재 50% 수준이다.
H사 관계자는 "공사가 1주일 정도 지연되면 돌관공사(야간작업)를 진행해서 맞춰볼 수는 있다"며 "그러나 보름 이상 지연되면 공기를 맞추지 못해 페널티와 금융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야 1∼2개월 늦어지겠지만 발주처가 공기 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 부담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일반 아파트 건설 역시 입주시기가 미뤄지면 입주지연손해금 등을 둘러싸고 입주 예정자들과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사진설명=화물연대의 운송 중단으로 건설자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건설(기계)노조까지 파업에 가세, 건설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