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해외로 뻗는 한국화랑 표갤러리 ‘브롭스키전’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16 16:30

수정 2014.11.07 01:43



■톱-조나단 브롭스키전

【중국(베이징)=노정용기자】파란 사람, 빨간 사람, 하얀 사람, 주황 사람, 연두 사람 50여명이 손에 손을 맞잡은 채 서로 의지하고 있다. 사람의 심장이 올록볼록 힘차게 뛰듯이 남자는 밖으로 볼록, 여자는 안으로 오목하다. 그 가운데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려와 인간의 지혜를 상징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너와 내가 더불어 어울려 살아갈 때 살맛나는 세상임을 보여준다.

금세기 최고의 조각가로 불리는 미국의 조너선 브롭스키(66)의 최신작 ‘인간 구조물(Human Structure)’이다.

표갤러리(대표 표미선)는 지난 2006년 3월 중국 베이징의 예술특구 중 한 곳인 지우창에 오픈한 ‘표갤러리 베이징’에 이어 지난 14일 또하나의 예술특구인 798에 ‘표갤러리798’을 오픈, 오는 9월 23일까지 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조너선 브롭스키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표갤러리의 기획과 업무지원으로 브롭스키의 작품 ‘피플 타워(people tower)’가 2008베이징올림픽 기념 조각공원에 설치되는 것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갤러리가 이처럼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을 환경조형물로 설치한 것은 표갤러리가 처음이다.

‘피플 타워’는 전 세계인이 휴머니즘으로 세계를 이끌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대형 공공조각이라고 브롭스키는 설명한다. 이 작품은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직접 작품을 의뢰한 데니스 오펜하임 등 18명의 작품과 함께 오는 8월 중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브롭스키의 공공미술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대형 조형물들이 설치돼 개관 첫날만 150여명의 갤러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등 중국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 디자인에 3개월, 그리고 작품 제작에 2년 6개월이나 소요된, 빛과 어우러진 ‘인간 구조물(Human Structure)’과 ‘평화’를 주제로 한 8분8초짜리 영상작업을 설치했다.

브롭스키는 그동안 끊임없이 거대한 인간을 상징화하여 작업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의 작업과 크게 달라졌다. ‘망치질 하는 인간’과 같은 거대한 인간을 작업하는 대신 작은 인간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여기에 빛을 더하고 강철 이미지의 모노톤에서 벗어나 다소 경쾌하고 밝은 색채의 폴리카보나이트(PC)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휴머니즘과 미래의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고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게 되어 있다. 남녀가 모여 균형을 이루고 화합하면 엄청난 삶의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론 대학을 졸업하고 예일 미술 건축학교를 수학한 브롭스키는 특히 공공조각 분야에서 최고의 작가로 손꼽혀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흥국생명 앞의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을 비롯해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노래하는 사람(Singing Man)’, 그리고 서울 강서구청사거리의 ㈜귀뚜라미 본사 앞에 그의 대표작인 ‘하늘로 걸어가는 사람(Walking to the sky)’이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새롭게 설치될 예정이다.


그의 인기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만 높은 게 아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스위스의 바젤, 런던의 현대미술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미국 휘트니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한편 표갤러리는 이번 브롭스키 베이징전이 끝난 후 오는 10월중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noja@fnnews.com

■사진설명=조나단 브롭스키의 ‘인간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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