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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Biz-People]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못했어도 돈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련다.” 1등 인재 양성을 위해 동양 최대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관정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85)의 말이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관정은 마산중학교를 졸업한 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일본의 메이지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경상학과 2학년을 수료한 뒤 학도병으로 끌려가 일본 관동군 소속으로 소·만 국경과 오키나와를 오가며 사선을 헤매다 8·15광복을 맞았다.

고향 의령에서 정미소를 잠깐 운영한 그는 1958년 삼영화학공업주식회사를 창업, 당시 신소재인 플라스틱으로 바가지와 컵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했다. 삼영화학은 그후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축전용 최첨단 초박막 커패시터 필름의 개발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일본에 한발 뒤졌던 하이브리드카용 3마이크로미터 이하 축전용 극초박막 커패시터 기술개발에도 성공했다.

산업화 시대의 창업 1세대에 속하는 그는 “정글의 법칙에 따라 약육강식이 지배하던 시대에 기업활동을 해 왔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하더라도 최강자만 살아남는 게 아니다. 정글에는 사자도 살고 토끼도 공존한다”고 말한다. 특히 관정은 중학교 때 배운 이 같은 ‘적자생존의 법칙’을 기업 경영에 적용함으로써 삼영그룹을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정치가도, 위인도, 혁명가도 아닌 보통사람임을 강조한다. 보통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그가 큰 일을 해낸 것을 볼 때 누구나 노력하기만 하면 그처럼 일을 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적자생존과 변화를 경영의 핵심화두로 삼아온 관정은 지난 50년 동안 구두쇠 소리를 들으면서도 ‘빚 없는 경영’을 실천해 왔다. 그 결과 상당한 재산을 일굴 수 있었는데, 지금 현재 자기 재산의 95%에 해당하는 6000억원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기부했다. 재산을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면 영원한 구두쇠로 끝날 일이지만, 이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구두쇠’가 ‘천사’가 된 것이다.

최근 이종환 회장이 펴낸 자서전 ‘정도(正道)’는 삼영기업의 창업에서부터 삼영그룹으로 발돋움할 때까지의 빛과 그림자,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을 기록하고 있다. ‘가진 손’에서 ‘빈 손’으로 돌아간 관정 이종환 회장.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기업들의 세태와 비교하면 그의 행보는 아름답기 그지 없다.

/[email protected]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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