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통합논술 따라잡기] 엔트로피 사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7.16 16:18

수정 2014.11.06 12:00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에너지가 어느 한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변환될 때는 반드시 모종의 불리한 상황이 부과된다는 것을 이 법칙은 천명한다. 엔트로피는 더 이상 일로 바꿀 수 없는 에너지의 양에 대한 척도이다. (중략)

저 엔트로피 문화와 고 엔트로피 문화는 노동과 생산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를 드러낸다. 고 에너지 환경에서의 인간의 노동력은 현실적인 긍정적 가치를 갖지 못한다. 시스템의 목표는 인간의 노동을 제외시키고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를 자동화함으로써 에너지의 흐름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 경우 생산성과 경제 성장이 경제생활의 유일한 목표가 된다.
인력이 재화나 노동의 생산에 반드시 개입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경영이 도입되어 생산 방법을 표준화함으로써 창의성이나 개인의 결정이 배제된다. 일, 특히 육체노동은 품격을 떨어뜨린다 하여 육체노동을 피하려 한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손으로부터 모든 일의 기능을 덜어 줄 수 있는 ‘노동 절약적’ 장치들로 가득 차 있다. 월급의 등급을 보면 일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등급 밑바닥에 위치하고 책상에 앉아 근무 시간을 보내는 화이트칼라 경영진들은 상위 등급을 차지한다.

산업주의 관점에서는 생산의 목적을 소비에 두고, 일은 다만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그에 반하여 저 엔트로피 사회에서의 일은 의식의 깨우침에 이르기 위한 노력의 필수적 요소가 된다. 고 엔트로피 사회의 일은 통속화되어 있다. 그 일은 시계와 생산량에 의해 분할되고 측량된다. 그리고 초월적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는 까닭에 짐일 수밖에 없다. 저 엔트로피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참으로 누구인가를 알도록’ 도와주는 활동으로서 신성시된다. 이렇게 하여 일에 긍정적 의미가 내재하게 된다. (중략)

저 엔트로피 문화에서의 일은 잠이나 명상, 오락처럼 삶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데 필요한 활동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일이 없다면 인간은 불완전할 것이다. ‘노동 절약’과 여가의 탐닉에 한없이 몰두해 있는 사람은, 소비와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일어나는 환각의 정글을 헤매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현실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간에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일은 무엇보다도 일하는 사람에게 품위와 목적의식을 줄 수 있도록 짜여야 한다. 그 일에는 인간적인 척도가 있어야 하며 일정한 형태의 조직에 의해 ‘인간에게 그의 능력을 활용하고 개발할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이것은 일에 사용된 기술의 유형이 형이상학적 의미뿐 아니라 열역학적 의미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됨을 뜻한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일하는 연장―기계들, 공장들―이 크면 클수록 더욱더 자본 집약적, 에너지 집약적이 되고 더욱더 엔트로피적이 된다. 형이상학적인 면에서 참조해 보면 연장의 규모 또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규모가 커지고 중앙집중적으로 될수록 인간의 역할이 또 하나의 생산 요소 정도로 전락하는 경향이 심화된다. (중략)

저 엔트로피 사회에서는 인간을 자연 생태계의 작동으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하던 현대의 인간관이 모든 현상의 상호 관련성을 합일적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저 엔트로피 문화는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을 파악하며 따로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은 조작할 도구가 아니라 생명의 원천으로서, 그 생명은 자연의 총체적 작용 내에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인간이 자연과 ‘일체’라는 이해가 성립되면, 그로부터 모든 인간 활동이 적절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수 있는 윤리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 엔트로피 사회는 다른 종의 생물을 파멸시키는 데 일조를 하는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불경스럽다고 볼 것이다. 모든 종이 보존되어야 하며, 이것은 존재하고 있는 만큼 그들 고유의 양도할 수 없는 생명권이 주어져 있는 까닭이다. 생태계의 제1의 법칙은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의 한 부분이라도 파괴한다면 인간을 포함한 다른 모든 부분에 그 영향이 돌아간다.

저 엔트로피 사회에서는 자연을 ‘정복’한다는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생물들과 전체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믿음이 대체된다. 모든 다른 형태의 생명체들처럼 하나하나의 인간은 지상을 거쳐 가는 길손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뒤에 올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들이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자연을 보존할 책임이 주어진다.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나) 오늘날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비난의 말들 가운데 ‘비경제적’이라는 말만큼 결정적인 것은 없다. 어느 행위에 비경제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 존재의 권리가 의심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강하게 부정되어 버린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비경제적이라는 말은 돈의 형태로 충분한 이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한 사회 또는 그 속의 개인이나 집단은 ‘경제적인 동기’, 예를 들면 사회적·예술적·도덕적·정치적 동기에 의해서도 활동을 한다. 그러나 경제학은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있을 것이냐는 측면만 문제 삼기 때문에 사회 속의 어느 집단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오느냐의 여부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국영 기업조차도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국영 기업은 재무(財務) 목표를 의무적으로 부여받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신들의 경제 행위가 다른 경제 부문에 어떤 타격을 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도외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학적 판단은 장기(長期)보다 단기(短期)를 훨씬 중시한다. 그것은 케인스가 지적한 것처럼,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은 모두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학적 판단에 사용되는 ‘비용’에 대한 정의(定義)에는 ‘자유재(自由財)’라 불리는, 신(神)으로부터 부여받은 환경은 들어 있지 않다. 이는 어느 행위에 의해 환경이 엉망이 되어도 그 행위는 경제적일 수 있고, 반대로 환경을 보호하는 행위에 비용이 들면 그것은 비경제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경제학은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채취해야 하는 일차적 재화와 이를 가공해서 만드는 이차적 재화에 대해 완전히 동일한 규칙과 기준을 적용한다. 기본적인 관심사가 사적(私的) 이윤에 있기 때문에 모든 재화는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이는 인간이 자연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제학의 방법론에서는 무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물품의 배후에 있는 자연이나 사회적 사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는 이든 파는 이든 자신에 대해서밖에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개인주의와 무책임이 제도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리드리히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다) 배럴당 130달러의 고유가 시대. 정부부처는 물론 기업들이 나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소비자만 만나면 고객서비스에 밀려 헛구호가 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영업이나 마케팅에서는 에너지를 펑펑 쓰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방이나 전기 등을 소등할 경우 고객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해명이지만 대표적인 에너지 불감증 사례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국가경제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 같은 에너지 과소비 불감증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에너지절약이 생활화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한 백화점의 본점 8층 가전매장은 찾는 고객이 없어도 12대의 대형 TV와 에어컨 등이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이용 고객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가동되고 있다. 이용 고객이 있을 때만 운행되는 외국과는 대조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이 시원하지 않으면 고객들은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한다”며 “백화점 자체적으로 에너지 절감 운동을 하고 있지만 매장 운영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략)

서울 여의도를 비롯해 명동, 청담동 등의 네온사인이 작동되는 시간은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오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작동시간을 자동으로 예약해 놓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 네온사인은 아침까지 켜 있기 일쑤다. 기업들이 홍보효과를 노려 밤새 네온사인을 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유흥업소가 밀집한 서울 신사동, 신촌, 북창동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업소마다 2∼3개씩 걸린 간판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업소들이 경쟁업소보다 더 크게, 더 밝게, 더 화려하게 꾸미면서 에너지절약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유흥업소 관계자는 “유흥가에서 간판은 곧 업소의 규모와 시설을 대변한다”며 “소비자들이 간판을 보고 업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의지는 뒷전이 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너지관리공단 안진한 홍보팀장은 “기업들의 에너지 절감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에너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에너지 소비도 윤리적으로 하는 에너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팀, 파이낸셜뉴스 2008년 6월 2일자

1. 내용 파악하기

제시문 (가)를 읽고 고 엔트로피 문화와 저 엔트로피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2. 적용하기

제시문 (다)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제시문 (나)를 바탕으로 하여 서술하시오. (400자 내외)

3. 종합적으로 논술하기

<보기>와 제시문을 바탕으로 우리가 에너지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보기>

동양 사상에서는 자연과 우주는 서로 의존하고 끊임없이 보완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하였다. 유학의 애물 사상은 자연 친화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한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되 필요 이상의 살생을 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공자는 낚시는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았고 자는 새는 잡지 않았다고 한다. 또 ‘주역’에서는 동물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한쪽 방향은 터놓고 사냥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개체 생명의 삶과 죽음을 물의 유기적 관계망의 신진대사 과정으로 이해하여 그 죽음의 최소화를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민윤리’,(교육과학기술부)

*예시답안

1. 내용 파악하기

제시문 (가)를 읽고 고 엔트로피 문화와 저 엔트로피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엔트로피는 더 이상 일로 바꿀 수 없는 에너지의 양에 대한 척도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상태에서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의 상태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고 엔트로피 문화는 생산성의 향상과 경제 성장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으므로 인간의 노동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생산의 목적은 소비에 있으며, 일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대규모화, 중앙집권화 그리고 인간 활동의 분업화, 권위주의는 고 엔트로피 문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저 엔트로피 문화에서 일은 삶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데 필요한 활동으로 인간은 일을 통해 능력을 발휘하고 개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저 엔트로피 문화에서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파악하고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저 엔트로피 사회에서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른 생물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자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2. 적용하기

제시문 (다)와 같은 모습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제시문 (나)를 바탕으로 하여 서술하시오. (400자 내외)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라 국가 경제가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에너지 과소비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 지하철, 백화점, 호텔, 은행 등 고객을 맞이하는 곳곳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 불만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비스 기업들이 목표를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만 두고 경제적인 판단을 장기적 관점보다 단기적 관점에서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겐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함께 운명을 같이한다는 사실보다는 사적이윤이 더 중시된다. 그래서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한 기업의 단기적 이익에만 관심을 쏟으며, 에너지 집약적이라 할지라도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3. 종합적으로 논술하기

<보기>와 제시문을 바탕으로 우리가 에너지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보기>

동양 사상에서는 자연과 우주는 서로 의존하고 끊임없이 보완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하였다. 유학의 애물 사상은 자연 친화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한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야한 한다는 것은 인정하되 필요 이상의 살생을 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공자는 낚시는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았고 자는 새는 잡지 않았다고 한다. 또 ‘주역’에서는 동물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한쪽 방향은 터놓고 사냥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개체 생명의 삶과 죽음을 물의 유기적 관계망의 신진대사 과정으로 이해하여 그 죽음의 최소화를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민윤리’, (교육과학기술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에 바탕을 두고 있는 애물 사상은 ‘최소한의 소비’,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생태학적 덕목과 연결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야 하는 것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해 소비 양식 자체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을 전제하고 필요한 만큼만 생산, 소비하는 환경 윤리를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는 원시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모든 에너지는 일로 변환되면 쓸 수 있는 에너지에서 쓸 수 없는 에너지 상태로 바뀐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자본 집약적이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에 몰두하고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목표로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고 엔트로피 산업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연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고, 나아가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생각하여 고 엔트로피 산업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저 엔트로피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인류의 삶을 위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걸쳐 구호만 외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원가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적인 판단을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만이 아니라 소비자 역시 이를 인식하고 공자의 애물 사상이 시사하듯 필요한 만큼의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중요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김은정,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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