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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배우 윤공주가 인터뷰 후 카페 테라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촬영을 위해 머리 모양과 화장에 공을 들였다는 그는 “예쁘게 찍어달라”며 활짝 웃었다. |
“카페라떼를 먹을까, 와플을 먹을까…”
‘공주’는 한참동안을 고민했다. 표정을 보니 둘 다 먹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갈팡 질팡하더니 결국 커피 한잔을 주문한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흔치 않은 이름이다. 그 탓에 어린 시절엔 툭하면 놀림감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덕을 톡톡히 본다. “관객분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라서 좋아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대요.”
그의 배우 생활은 중고생 시절부터 뮤지컬 스타를 꿈꿔온 동료들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뒤에야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을 실감했다. 2001년 뮤지컬 ‘갓스펠’로 데뷔한 뒤 앙상블과 크고 작은 조연을 거쳤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06년 뮤지컬 대상에서 ‘드라큘라’로 신인상을 받으면서부터다. 또 이듬해엔 같은 시상식에서 인기스타상을 받으며 확인 도장을 찍었다.
출발은 뒤졌지만 그는 바닥부터 천천히 밟아올라갔다. 요즘처럼 가수 출신의 인기 스타들이 무대를 점령하는 때일수록 수많은 앙상블 배우들은 ‘제2의 윤공주’를 꿈꾼다.
물론 그 역시 ‘이 길이 아닌가보다’라며 후회를 했던 때가 있다. 대형뮤지컬 ‘미녀와 야수’, ‘아이다’의 주연 오디션에 연거푸 떨어진 직후였다. 막강한 힘도 없고 든든한 지원군도 없어 무척 외로웠다. 이름만 공주였지 현실은 팍팍했다.
“돌파구는 연습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노래를 수천번씩 부를 정도로 집중했죠. 집이든 길거리든 어디서든 흥얼거렸어요.”
남들 앞에선 씩씩한 척, 꿋꿋한 척 하다보니 비슷한 성격의 여주인공을 도맡아 했다. 철없어 보이지만 순수하고 발랄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유미리와 ‘그리스’의 샌디 같은 역 말이다.
“늘 밝고 코믹한 역을 하다보니 비련의 여주인공도 무척 하고 싶었죠. ‘미스 사이공’의 킴이나 ‘지킬앤 하이드’의 루시 같은…”
결국 그는 지난해에 소원을 이뤘다. 뮤지컬 ‘맨오브 라만차’에서 술집 작부 알돈자 역을 맡아 울분을 원없이 토해냈다. 건장한 노새끌이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돈키호테에 저주를 퍼붓는 독기어린 모습에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바로 이때 객석에선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가 그를 ‘찜’하고 있었다. PL엔터테인먼트는 조승우, 김선영, 홍광호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몸담고 있는 기획사로 잘 알려진 곳. 송대표는 “(조)승우가 참 열심히 하고 재능있는 배우라고 추천해줘서 눈여겨 봤는데 알돈자로 열연하는 걸 본 순간 한국 최고의 디바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겨울 PL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오는 8월12일부터 공연하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무대에 다시 한번 서게 됐다. 한달이 조금 넘게 진행되는 이 공연에서 그는 알돈자 역을 혼자 소화해야한다. 보통 이 역은 두 명의 배우가 나눠 맡아왔기에 주변의 염려가 많은 편이다.
“글쎄요? 전 한번도 그게 힘들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들 걱정을 많이 하시네요. 워낙 지치지 않는 편이라 무리없이 해낼수 있다고 봐요.”
오디션 지원서를 들고 이곳저곳을 헤매던 예전과 달리 그는 요즘 좀 편해졌다. ‘윤공주와 일하고 싶다’고 손을 내미는 제작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큰 꿈에 대해 물으니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전 사실 원대한 꿈같은 것 꾸지 않아요. 일분 일초까지 아끼며 하루 하루 열심히 살다가 뒤돌아보면 제가 이만큼 자라있는 거에요. 그게 대견하고 자랑스럽죠.”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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