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직장인들의 적자생존 그린 연극 최종면접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7.30 08:50

수정 2014.11.06 08:40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는 단연 ‘놈놈놈’이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집계결과로 보면 이 영화는 지난 27일까지 전국 413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백미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를 자랑하던 ‘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장면이다. 하지만 ‘이상한 놈’ 송강호와 ‘나쁜 놈’ 이병헌, ‘좋은 놈’ 정우성 중 가장 ‘무서운 놈’을 꼽으라면 주저않고 ‘이상한 놈’ 송강호를 꼽겠다.

영화의 결말을 인식해서가 아니다. 헐렁해보이고 빈구석도 많아 뵈지만 제 할일은 빠짐없이 챙기는 ‘놈’들이 가장 두려운 상대란 이야기다.
경쟁에 관심없는 척 하면서 이미 제 살 길은 봐두었고 순수해보이지만 뒤에서 은밀하게 작업할 줄 아는 그런 ‘놈’들이야말로 출세하기 마련이다.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대학로 상상블루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최종면접’은 바로 이런 ‘놈’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굴지의 가구회사 데끼아 코리아는 최고 책임자를 찾기 위해 네 명의 지원자를 한데 모은다. 이들은 좁은 회의실에 갇혀인사팀의 명령에 따라 실력을 겨룬다.

첫번째 과제부터 만만치 않다. 응시자 네 명중 한 명은 인사팀 직원이니 10분내에 그를 가려내야한다. 이때부터 연극은 ‘마피아 게임’의 모습을 띤다. ‘프락치’로 지목당한 자는 벌개진 얼굴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지목한 자들은 몰아세우기에 열중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다 같은 회사 여직원과 바람피운 전력이 있는 오병달, 성전환 수술을 앞두고 성호르몬주사를 맞고 사는 여성구,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전형이 돼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고도 면접장을 떠나지 않는 이영애, 생김새부터 우락부락하고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 강만석.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생존의 발길질은 서로에게 시퍼런 멍을 남긴다. 개인적인 치부를 건드리고 경쟁자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낼 때까지 게임은 계속된다.

최종 한 명이 남을때까지 계속되는 면접은 두번의 반전을 겪으며 전말을 드러낸다. 바로 이 때 데끼아 코리아가 원하는 인재상도 공개된다.

“우린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개자식을 찾고 있습니다. 개자식처럼 보이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1시간 40분동안 대사는 장대비처럼 쏟아진다.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했다간 내용을 놓치기 쉽다.


뒤집기를 거듭한 결론은 영 씁쓸하다. 하지만 이 씁쓸함이 직장인들에겐 카타르시스가 돼 줄지도 모르겠다.
화끈하게 ‘개자식’으로 변신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는, 그나마 다른 ‘개자식’들 덕분에 월급이라도 꼬박 꼬박 챙기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말이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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