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지말고 씻으세요.”
우리 생활에서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 설치돼 있는 비데.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지만 위생이 중요시되는 화장실의 필수품. 과거 비데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허둥지둥대던 사람들도 요즈음에는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만 찾아다니기도 한다. 공공 기관뿐만 아니라 가정, 기업 화장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비데는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비데의 역사
비데의 어원은 153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 당시에는 조랑말이나 당나귀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동사로는 ‘빨리 달린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당나귀나 말을 탈 때처럼 기다란 그릇 위에 걸터앉기 때문이다. 1700년대에 비데는 배설을 한 뒤 밑을 닦는 장치라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
처음에는 서구의 귀족 계급들이 이용하였던 도기 제품으로 더운물을 담아놓고 뒷물처리를 하는 용기로 제작됐으며 여성들의 부인병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1908년에 수동식 비데가 발명됐다. 마치 주름이 있는 ‘아코디온’을 닮은 모습이었는데 이 주름을 수축시켜 항문 주위에 물을 뿌리는 구조였다.
이후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외관이나 성능 및 기능 면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 비데는 수동식에서 기계식으로 최근에는 전자식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현대에 와서는 치질이나 변비 등 항문질환의 예방과 치료, 항문의 청결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위생 세정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비데 발자취
국내에 비데가 도입된 것은 1983년쯤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일부 부유층과 권력층에서는 비데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격으로 사망한 서울 궁정동 안가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었다. 사건 현장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화장실 변기에 설치된 이상한 물건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중들에게 비데는 낯선 제품이었다.
그 후 비데는 198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국내에 도입됐다. 처음에 선보였을 때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높았지만 점차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본격적으로 88년 올림픽 이후 보급이 늘기 시작했으며 가격대에 따라 저가 보급형(20만∼30만원), 중가 표준형(70만∼80만원), 고가 프리엄 시장은 100만원 이상으로 나뉜다.
■국내 비데시장은 성장기
비데는 유럽에서 개발되었지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곳은 일본이다.
일본의 비데 보급률은 50%를 넘는다. 일본인들이 비데를 애용하는 것은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동양인에게 비데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250만대가 일반가정을 비롯해 학교나 사무실 등지에 팔려나갈 정도로 사용이 일반화돼 있다. 경제발전 수준과 식습관, 비교심리가 강한 한국인의 특성과 더불어 최근 국내의 웰빙 트렌드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비데 보급률이 머지 않은 장래에 일본을 따라잡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국내 비데 시장은 현재 제품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곡선의 2단계인 성장기로 접어 든 상태이다. 현재 한국의 비데 보급률은 30% 정도로 2003년 60만대, 2004년 65만대, 2005년 75만대, 2006년 90만대, 2007년 110만대, 2008년 120만대가량으로 업계에서 추정한다.
액수나 업체수를 봐도 비데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비데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지난 2000년의 300억원과 비교해 13배 이상 성장했다.
업체 수 또한 크게 증가해 현재 약 30개의 국내외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출시 당시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비데 보급률은 지난 6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2008년 현재 25%까지 상승했고 올해 3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데의 기능
비데의 가장 큰 기능은 세정이다. 세정기능은 크게 항문세정과 비데세정(여성 국부세정용)으로 나뉜다. 세정용 물 분사기가 2개(트윈 노즐) 또는 분사기 노즐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제품도 있다. 여기에 냉·온수 기능과 물의 강약을 조절함으로써 얻는 마사지 기능이 추가된다.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쾌적기능이다. 변좌(엉덩이가 닿는 부분)의 온도를 최적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난방견좌기능, 세정 후 온풍으로 건조시켜 주는 온풍건조, 배변 시의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기능 등이 있다. 일부 제품은 편리를 위해 리모컨 기능을 더하고 있다.
청결기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용 전·후의 자동 노즐 세척, 정수용 필터 장착, 항균수지 채택, 용이한 청소 및 설치, 분리 기능이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누전차단기, 절전기능, 자동 물내림 기능 등 첨단 기능등이 추가되고 있다.
■비데의 종류
비데는 크게 전자식과 기계식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식 비데는 전자회로와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어 냉·온수 조절이 비교적 용이하고 난방변좌, 냄새탈취, 온풍건조, 무브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여성전용 세정기능이 따로 내장되어 있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며 유지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인데 요즘은 보급형으로 출시된 저렴한 제품도 있다.
기계식 비데는 수도관에 제품을 연결해 수압이 강하며 잔고장이 없고 전기료 부담이 없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냉·온수 세정기능만을 제공하고 난방변좌가 되지 않으며 전자식 비데처럼 다양한 기능이 없어 사용상 불편한 점이 많다.
또한 24시간 강한 수압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잘못된 자재선택의 경우 누수의 가능성이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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