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서울예술단의 두번째 댄스컬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21 15:50

수정 2014.11.06 05:14



1992년 11월 18일 국립극장 대극장.

‘꿈꾸는 철마’의 공연을 하루 앞둔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막바지 리허설 중이었다. 야심차게 제작한 대형 전차가 경사진 무대를 타고 내려오자 20여명의 배우들은 손을 흔들고 환호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대는 폭삭 주저앉았다. 공연장 바깥에서 화면을 통해 이 광경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이같이 말한다.

“순식간에 배우와 무대 장치가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아래로 꺼져버린거죠. 눈을 의심했습니다.”

상황은 처참했다.
무대를 받치던 지지축 사이로 배우들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모두가 ‘끝난’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배우들이 휠체어를 타고 깁스를 한채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대 위에서 벌어진 실제 사고에서 모티브를 얻은 댄스컬 ‘15분 23초’가 오는 30일 극장 용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그리스 오르페우스 신화를 댄스뮤지컬로 만든 ‘오르페오’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서울예술단은 ‘15분 23초’를 통해 ‘댄스컬’이라는 장르를 보다 확고하게 정착시킨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서재형 연출자는 “댄스컬이라는 개념이 모호한데다 미개척 장르여서 연출을 의뢰받고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무용극, 이해하기 쉬운 무용극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건 몰라도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란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란 말엔 몇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어렵게만 느꼈던 순수예술 장르인 무용이 뮤지컬의 겉옷을 입고 대중에 가깝게 다가간다는 점, 흥행에만 몰두하지 않고 실험성을 가미한다는 점,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각계 전문가를제작진에 합류시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연극 ‘죽도록 달린다’와 ‘왕세자 실종 사건’ 등으로 기발함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서재형 연출자와 고전 춘향전과 심청전을 맛깔나게 섞은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의 작가 박새봄, 여기에 현대무용 장은정, 한국무용 손미정, 재즈댄스의 우현영 등 세명의 안무가가 손을 잡았다.

박새봄 작가는 “무용극이기 때문에 대사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 대본에 집착하기보다는 댄스컬이라는 복합예술장르를 돋보이게 하는데 더 힘을 썼다”고 설명했다.

손미정은 “재즈다, 한국 무용이다 이런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복합적인 몸짓으로 느낌을 전달할 것”이라면서 “현대의 세련된 멋과 우리 고유의 멋을 재즈라는 큰 틀에 담았다”고 말했다.

‘15분 23초’는 배우들이 ‘견우와 직녀’라는 공연을 선보이는 극중 극 형태로 진행된다. 리허설 도중 여주인공이 넘어지자 이로 인해 무대장치인 ‘오작교’가 무너진다.
스태프들은 무대를 수리하기에 바쁘고 연출자와 단장은 새로운 여주인공을 찾느라 분주하다. 하나의 자리를 두고 세명의 배우가 펼치는 경쟁은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고 하이라이트인 ‘견우와 직녀’ 무용극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태섭 미술감독은 “내가 1992년 당시 ‘꿈꾸는 철마’의 무대를 설계했는데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맡으니 기분이 참 이상하다”면서 “마지막 15분 23초를 앞두고 오작교가 완성되는 장면을 멋지게 만들어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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