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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계약이전 방식’ 구조조정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24 22:43

수정 2014.11.06 04:54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신용경색과 함께 자금조달 여건에 위기를 맞은 캐피털, 리스 등 여신 전문 금융업계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구조조정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미 캐피털사들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수자가 뜸할 정도로 M&A를 통한 구조조정 단계를 넘어선 상태다. 자금조달을 통한 레버리지가 주업무인 만큼 최근 ‘자금조달난’ ‘진입자 과다(Overbanking)에 따른 경쟁’ 등 악재가 산적한 상태여서 P&A 방식 구조조정이 급부상하고 있다.

■구조조정 방식, M&A→P&A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CNH캐피탈은 수입차 렌털자산 채권 및 이를 관리하는 자회사 등 자산 400억원에 대한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증권 주관하에 진행되는 입찰에는 KT캐피탈 계열인 KT렌탈, 범한판토스의 대주주이자 LG 가문인 구본호씨의 레드캡투어 등이 참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NH캐피탈이 지난달부터 삼성증권에 M&A 관련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M&A는 어렵게 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타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CNH캐피탈의 수입차 리스자산의 경우 양도물건 중 상당수가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인수프리미엄이 떨어져 렌털 및 자회사 부분부터 파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이 회사가 신용 보강을 위해 무분별하게 리스자산을 양도담보로 잡아 놓은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결국 M&A를 통한 경영프리미엄도 받기 어려운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CNH캐피탈의 자산 매각은 향후 M&A 방식보다 P&A 방식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A 방식 인수란 우량 금융기업이 부실 금융기업의 부실채권을 제외한 우량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것으로 국내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은행, 보험 등 금융권 구조조정에 쓰이던 방식이다. 1980∼89년대엔 미국에서 정리된 상업은행 1098개 중 805개(73%)에 이 방식이 적용됐다.

한편 KT렌탈과 레드캡투어의 ‘2파전’이 될 이번 매각전에서 KT렌탈은 계열사인 KT캐피탈의 수입차 리스 부문 강화에 나섰다. 레드캡투어도 여행사업 부문에서 고유가 등 경영여건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렌터카사업 활성화 차원에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캐피털업종은 P&A 방식 구조조정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모 여신업체 부사장은 “CNH캐피탈 등 리스업계는 영업구조상 에이전트에 많이 의지하기 때문에 M&A를 해도 그 효과는 몇 년뿐”이라며 “자산, 부채를 분리해 우량물건만 떼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증, 담보로도 안 돼, CP까지

캡티브사(자동차 제조사 계열 등 모회사에 전속돼 연계영업이 가능한 회사)를 비롯해 대기업, 은행 계열 캐피털 등을 제외한 CNH캐피탈과 같은 논(non)캡티브사들은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자금확보 때문이다.

또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최근 CNH캐피탈처럼 담보를 통해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거나 대우캐피탈처럼 여전채 발행에서 오랜 관습을 깨고 채권발행 시 보증을 받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회사채가 아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자금조달을 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주 대우캐피탈은 총 21건의 2000억원대의 ABS를 발행한 바 있다.


게다가 보통 채권시장서 8∼8% 후반의 금리를 기대하나 캐피털업체는 8%를 넘을 경우 ‘역마진’이 우려돼 회사채 발행계획을 접기 일쑤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실제 D캐피탈, H캐피탈이 최근 회사채 발행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금리가 상승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 대부분 영업 확대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은행계 K캐피탈의 경우 기업어음(CP) 비중이 회사채 자금조달 비중을 넘어선 60% 이상일 정도로 단기자금에 의존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