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1200만원 샴페인’ 전략 후유증/고은경기자

파이낸셜뉴스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를 10여일 남겨 놓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백화점과 호텔들은 초고가 선물세트를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다. ‘1000만원 와인’ ‘1200만원 샴페인’ ‘200만원 굴비….’

이들 선물세트는 항상 술자리에 안주감으로 오른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거지’ ‘그런 것을 선물하는 사람은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그러다보면 자기 푸념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000만원을 모으려면 몇달을 고생해야 하는데’ ‘당장 명절 지낼 돈도 없는데….’

이처럼 대다수 서민에게 자괴감과 소외감만 안겨준 초고가 선물세트가 실제는 백화점과 호텔들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장식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백화점이나 호텔들이 내놓은 수백만원, 수천만원짜리 선물세트를 찾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구매하는 사람이 없는데 백화점과 호텔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전시해놓은 셈이다. 그동안 술자리에서 초고가의 선물세트를 안주삼아 얘기했던 서민들로서는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백화점과 호텔들이 초고가의 선물세트를 전시, 고급스러운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을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초고가 선물세트 출현으로 나타난 가진 자와 없는 자간의 사회적 갈등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회적 책임은 고려하지 않은 백화점과 호텔의 고급 이미지 경쟁이 계층간 갈등 심화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백화점들이 할인점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고급 이미지를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초고가 선물세트에서 불거진 계층간 갈등처럼 무분별한 고급화 전략이 계층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팔리지도 않는 초고가 상품을 내세워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고 해 고급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상과 먼 괴리감만 안겨줘 따가운 눈총만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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